[ Global View & Point] 21세기의 '마법 지팡이' 블록체인
인류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거래를 통한 기록물(원장)을 꼭꼭 숨기는 방향으로 운영해왔다. 금융회사는 고객 거래장부를 철저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워 왔다. 보통 중앙서버에 거래장부를 보관하는 형식으로 비싼 보안 프로그램과 장비를 구축하고 서버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안에 투자해도 해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거래장부를 숨기지 말고 시스템에 관련된 모든 이용자가 공유하도록 하면 해킹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을까. 10년 전 세상에 나온 이 아이디어는 최근 들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로 구현돼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인 ‘분산원장 기술’은 암호화폐 외에도 공공기관, 유통, 의료, 에너지, 저작권 등 그 응용처가 무궁무진하다. 흥미로운 사례를 보자.

130년 역사의 코닥은 한때 전 세계 필름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1990년대 들어 디지털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지만 막상 ‘디카’ 전성기에는 처참히 무너져 2012년 파산 보호신청에 들어갔다. 바로 그 회사가 최근 승부수를 띄운 것이 블록체인 기반의 사진 거래 플랫폼이다. 최근 코닥은 코닥원(KodakOne)을 열고 이 플랫폼 안에서 쓰일 가상통화 코닥코인(KodakCoin)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은 위·변조도 어렵지만 분권화돼 있어 관리비도 많이 들지 않고 편리하다. 이렇게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사진과 이미지 저작권을 담은 디지털 코드를 만드는 플랫폼이 코닥원이다. 코닥원은 사진가가 사진과 이미지를 코닥원에 등록할 때 지식재산권을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라이선스(자격)를 발급하고 이 디지털 라이선스가 들어간 이미지를 누군가가 불법적으로 사용한다면 웹 크롤링(분산된 정보를 분석해 찾아내는 기술)을 통해 불법 인용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원작자의 사진이 불법으로 사용됐을 때 바로 알 수 있는 신개념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검색을 통해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냈지만, 코닥원에 등록하면 이미지에 들어간 코드로 바로 알아낼 수 있다.

[ Global View & Point] 21세기의 '마법 지팡이' 블록체인
프로세스(절차) 측면에서 보면 원작자가 사진을 등록하면 저작권 정보가 입력된 블록이 형성된다. 소비자가 사진을 내려받으면 스마트 계약에 따라 원작자에게 코닥코인으로 저작권료가 지급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셔터스톡이나 포토리아 등 기존 사진공유 플랫폼처럼 과도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원작자 역시 저작권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코닥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과 코닥코인을 이용한 새로운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발표하자 최근 들어 주가가 1주일 새 세 배나 올랐다. 블록체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사진 명가 코닥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 21세기 마법 지팡이의 효력이 궁금하다.

김성훈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