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LG 스마트폰이 안 팔리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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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늦은 스마트폰 사업 진입
고객 니즈보다 신기술에 집착
소수 위한 기술 개발이란 시각도
고객 니즈보다 신기술에 집착
소수 위한 기술 개발이란 시각도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1981년 처음 만들어진 이 광고 카피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이 문구는 당시 가전 제품 1위 기업인 금성사의 자부심이었다.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 카피는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0년 LG전자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며 불어온 스마트폰 광풍을 한낱 실바람으로 받아들이는 판단 미스를 범한 것.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를 먼 미래로 예상하며 피처폰에 집중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시장에 내놓으며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를 자처한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이 때부터 양사의 운명은 갈렸다. 삼성전자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거듭나는 동안 LG전자는 스마트폰 11분기 연속 적자 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다. LG전자는 2011년 부랴부랴 스마트폰에 올인했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간 후였다. 순간의 선택이 11분기를 좌우하게 된 셈이다.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겪는 최초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비싼 제품들의 경우 더 그렇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는 스마트폰의 정의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심었고 기준점을 제시했다. 갤럭시S는 출시 후 약 1년6개월간 글로벌 합산 누적 판매고 2500만대를 올리며 갤럭시 시리즈의 뿌리가 됐다.
소비자들은 갤럭시S를 통해 다소 생소한 스마트폰에 대해 안도감을 느꼈다. 한번 구매하면 2년 정도 쓰는 제품이다보니 재구매시에도 사용 매뉴얼이 같은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품질이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전자가 선점한 시장에서 위기를 느낀 LG전자는 신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LG전자는 수차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혁신 기술을 도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기술력 자체는 신선하다는 업계의 평가도 있었지만 제품으로선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소비자 니즈를 고려치 않고 기술 개발에만 집착한 결과다.
좋은 예가 2016년 2월 출시된 'G5'다. G5는 세계 최초 '모듈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카메라, 스피커, 배터리 등 각종 부가기기를 착탈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G5가 출시된 해에 LG전자 MC사업본부는 1조2000억원대의 적자를 떠안았다.
전문가들은 G5가 실패한 이유로 경쟁사보다 늦은 출시, 초반 공급물량 조절을 못한 점을 꼽았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모듈형'이라는 콘셉트 자체였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이 모여있어 많은 작업을 기기 하나로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이미 스마트폰 자체로 멋진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는 상황인데, 굳이 분리탈착의 번거로움까지 견디며 모듈형 기기를 선택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G5가 일반 사용자보다 마니아층을 노린 제품이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대중성이 결여된 사례는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6년 9월 출시된 'LG V20'은 특화된 오디오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을 탑재해 승부수를 띄운 것. 이 전략 역시 빗나갔다. 스마트폰 구매 결정 요소로 음질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평준화된 시점에선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도 LG전자의 음질에 대한 집착은 G6, V30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출시했던 G4, V10에는 필요 이상의 카메라 수동모드를 탑재해 일부 소비층의 니즈만 충족시켰다는 시각도 있었다.
LG전자는 신기술에 대한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아무리 유니크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더라도 소비자가 싫다면 실패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기술 강박증을 버리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소비자 니즈와도 부합한다. 온라인상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출고가격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낮추면 경쟁사 제품과 충분히 겨뤄볼만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모바일 사업의 체질 개선을 공표했다. 조 부회장은 "제품 크기를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고 신제품 출시 시기나 제품의 스펙 등은 필요에 맞게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폰 브랜드 바꿀 수도 있다”고도 했다. 스마트폰 사업 회생을 위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은 철저히 대중적인 제품이다. 고로 일부 아닌 대부분을 판매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미슐랭 별 3개 레스토랑의 유니크한 음식도 훌륭하지만, 일반 분식집의 떡볶이를 찾는 이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도 LG전자는 염두에 둬야 할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981년 처음 만들어진 이 광고 카피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이 문구는 당시 가전 제품 1위 기업인 금성사의 자부심이었다.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 카피는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0년 LG전자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며 불어온 스마트폰 광풍을 한낱 실바람으로 받아들이는 판단 미스를 범한 것.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를 먼 미래로 예상하며 피처폰에 집중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시장에 내놓으며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를 자처한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이 때부터 양사의 운명은 갈렸다. 삼성전자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거듭나는 동안 LG전자는 스마트폰 11분기 연속 적자 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다. LG전자는 2011년 부랴부랴 스마트폰에 올인했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간 후였다. 순간의 선택이 11분기를 좌우하게 된 셈이다.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겪는 최초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비싼 제품들의 경우 더 그렇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는 스마트폰의 정의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심었고 기준점을 제시했다. 갤럭시S는 출시 후 약 1년6개월간 글로벌 합산 누적 판매고 2500만대를 올리며 갤럭시 시리즈의 뿌리가 됐다.
소비자들은 갤럭시S를 통해 다소 생소한 스마트폰에 대해 안도감을 느꼈다. 한번 구매하면 2년 정도 쓰는 제품이다보니 재구매시에도 사용 매뉴얼이 같은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품질이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전자가 선점한 시장에서 위기를 느낀 LG전자는 신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LG전자는 수차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혁신 기술을 도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기술력 자체는 신선하다는 업계의 평가도 있었지만 제품으로선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소비자 니즈를 고려치 않고 기술 개발에만 집착한 결과다.
좋은 예가 2016년 2월 출시된 'G5'다. G5는 세계 최초 '모듈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카메라, 스피커, 배터리 등 각종 부가기기를 착탈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G5가 출시된 해에 LG전자 MC사업본부는 1조2000억원대의 적자를 떠안았다.
전문가들은 G5가 실패한 이유로 경쟁사보다 늦은 출시, 초반 공급물량 조절을 못한 점을 꼽았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모듈형'이라는 콘셉트 자체였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이 모여있어 많은 작업을 기기 하나로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이미 스마트폰 자체로 멋진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는 상황인데, 굳이 분리탈착의 번거로움까지 견디며 모듈형 기기를 선택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G5가 일반 사용자보다 마니아층을 노린 제품이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대중성이 결여된 사례는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6년 9월 출시된 'LG V20'은 특화된 오디오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을 탑재해 승부수를 띄운 것. 이 전략 역시 빗나갔다. 스마트폰 구매 결정 요소로 음질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평준화된 시점에선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도 LG전자의 음질에 대한 집착은 G6, V30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출시했던 G4, V10에는 필요 이상의 카메라 수동모드를 탑재해 일부 소비층의 니즈만 충족시켰다는 시각도 있었다.
LG전자는 신기술에 대한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아무리 유니크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더라도 소비자가 싫다면 실패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기술 강박증을 버리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소비자 니즈와도 부합한다. 온라인상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출고가격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낮추면 경쟁사 제품과 충분히 겨뤄볼만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모바일 사업의 체질 개선을 공표했다. 조 부회장은 "제품 크기를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고 신제품 출시 시기나 제품의 스펙 등은 필요에 맞게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폰 브랜드 바꿀 수도 있다”고도 했다. 스마트폰 사업 회생을 위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은 철저히 대중적인 제품이다. 고로 일부 아닌 대부분을 판매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미슐랭 별 3개 레스토랑의 유니크한 음식도 훌륭하지만, 일반 분식집의 떡볶이를 찾는 이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도 LG전자는 염두에 둬야 할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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