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교수 논문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록 실태조사 / 출처=교육부 제공
<표>교수 논문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록 실태조사 / 출처=교육부 제공
10년간 총 82건. 주요 대학 교수들이 중·고교생 자녀를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키고 논문 공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공저 논문 실적을 자녀의 ‘입시용 스펙’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교수 논문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재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전국 4년제 일반대 전임교원 약 7만명이 2007~2017년 10년간 국제·국내 등재(후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전수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29개 대학 교수들이 중·고생 자녀를 자신의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별로는 성균관대(8건) 연세대(7건) 서울대 국민대(이상 6건) 경북대(5건) 교수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 대학 연계로 중·고생 연구와 논문지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육과정 연계’ 형태 논문은 16개 대학 39건이었다. 중·고교 ‘R&E’(Research&Educatio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학교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교수가 자녀를 연구에 참여시킨 ‘자체 추진’은 19개 대학 43건으로 집계됐다.

‘자체 추진’ 건으로 한정하면 서울대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부산대 숙명여대(이상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대학 전임교수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는 의미다.

82건 가운데 80건이 이공 분야 논문이었다. 논문 게재 당시 자녀의 학년은 고3이 절반 이상인 48건을 차지했다. 중학생은 2건, 검정고시는 3건이었다. 대부분(77건) 고교 재학중 교수 부모의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중·고생 자녀가 논문을 공저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현행 법령상 미성년자 논문 작성은 허용된다. 문제는 실제로 자녀가 연구에 기여했는지 여부다. 연구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았는데 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된다.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미성년 자녀의 실제 기여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저자가 되려면 연구 착상 또는 자료 수집, 논문 초안 작성 등에 기여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자녀가 단순히 선행연구 논문 정리나 실험기구 세척 등 ‘허드렛일’ 수준 기여에 그쳤는데도 공저자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공저자가 된 논문이 대입전형에 활용됐을 경우 문제가 더 커진다. 특기자전형·학생부종합전형 등에 논문을 일종의 ‘스펙’으로 평가받아 합격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에게 82건 모두에 대해 연구부정 검증을 요청키로 했다. 자녀가 실제로 연구에 기여하지 않았는데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부정이 확인될 경우, 이 논문을 대입전형에 활용해 합격했다면 입학취소 조치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와 별개로 논문 검색만으로 저자의 미성년자 여부를 알 수 있도록 교육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개정해 미성년자의 논문 저자 포함시 ‘소속기관’과 ‘학년’ 표시 의무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논문에 저자로 표시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검증 결과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입학취소 조치를 포함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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