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1~3%대로 추락…판매량도 62만대나 줄어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원화강세, 통상임금 1심 패소 등의 영향으로 8년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개별 위험요소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된 것이지만 3가지 타격이 겹쳐 '2010년 이래 가장 부진한 실적'이 현실이 되자 회사와 시장 모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 현대·기아차 영업이익·영업이익률, 2010년 이후 최소·최저
25일 공시된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전체 및 4분기 실적을 보면, '2010년 이래, 8년래 최소·최저' 기록이 쏟아졌다.

우선 현대차는 작년 영업이익(4조5천747억원)은 2016년보다 11.9% 적을 뿐 아니라,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영업이익 5조9천185억원)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영업이익 규모가 4조원대로 내려앉은 것도 8년래 처음이다.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6천622억원) 역시 2016년보다 73%나 급감했고, 2010년 이후 8년래 가장 적었다.

특히 기업이 얼마나 이윤을 많이 남기고 장사를 잘했는지, '수익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 영업이익률은 '추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현대차의 작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6년보다 0.8%p 낮은 4.7%에 그쳤다.

2010년 이후 최저이자, 처음 4%대로 내려앉았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률(3.2%)은 심지어 3%대까지 떨어졌다.

분기 영업이익률로서 2010년 이후 가장 낮고, 첫 3%대 기록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률이 1%대로 곤두박질쳤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영업이익이 70% 이상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은 1.2%로 2016년보다 3.5%나 떨어졌다.

역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모든 실적의 기본이 되는 세계 시장 판매량도 2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모두 721만4천244대를 팔았다.

이는 2016년(783만3천635대)와 비교해 거의 62만대나 줄어든 것이고, 2016년 이후 2년 연속 전년대비 판매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 '8년래 최악' 성적표… 사드·환율·통상임금 난타
◇ 중국 빼면 작년 판매량 늘어…기아차 통상임금 '1조 폭탄'까지
이런 수익성 악화와 판매 부진의 원인은 크게 원화 강세, 사드, 통상임금 3가지다.

우선 원화가 지난 한해 내내 달러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원화가치 절상)를 유지하면서, 대표적 수출 업종인 자동차가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로 한국 자동차 산업(완성차 5사 기준) 매출은 약 4천2백억원 가량 감소한다.

특히 현대차보다 달러 결제 비중이 큰 기아차의 경우, 원/유로 환율 변동보다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순이익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기아차는 2016년 실적을 기준으로 원/유로 환율이 10% 떨어질 때 약 400억원,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3천500억원의 이익이 각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실적을 보면, 2017년 역시 현대·기아차는 적지 않은 환율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의 최대 피해자도 현대·기아차였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중국 내 판매량은 모두 114만5천12대로 2016년보다 36.1%나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계 시장 판매량은 오히려 1.6% 소폭 늘었고, 기아차 역시 중국 시장 감소분(26만2천여대)이 글로벌 전체 판매 감소분(25만8천여대)을 웃돌았다.

중국을 제외하면 기아차의 전체 판매량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0.2% 증가)이다.

물론 중국 판매 부진의 모든 원인을 사드에 돌릴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드 갈등뿐 아니라 중국 현지 로컬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해 갈수록 기술 격차는 줄고, 반대로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근본적 경쟁력 저하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기아차는 여기에 '통상임금'이라는 폭탄까지 맞았다.

기아차는 지난해 8월 말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한 뒤 패소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소급 지급할 급여 등 약 1조원을 3분기에 손실 예상 비용(충당금)으로 처리했고, 이 때문에 기아차는 작년 3분기 4천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2007년 10월(1천165억 원 영업손실) 이후 10년 만의 영업 적자였다.

그 여파로 작년 전체 기아차의 영업이익(6천622억원)도 2016년보다 73.1%나 줄었고, 2010년 이후 8년래 '최소'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기아차의 경상이익(1조1천400억원)과 당기순이익(9천680억원)도 1년 전보다 각각 66.9%, 64.9%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7년 전체 실적이 시장의 예상보다 좀 더 나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사드 여파에 통상임금, 원화강세까지 겹친 상황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전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