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의 PK마켓 등 콘텐츠 탁월하다"
쇼핑몰 개발사 터브먼도 미국 진출 적극 권유
아시안 푸드마켓으로 백인 중산층 공략
2016년 9월 신세계그룹은 경기 하남에 스타필드를 열었다. 미국 쇼핑몰 개발사인 터브먼과 합작한 국내 첫 복합쇼핑몰이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께 개장식에 참석한 터브먼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스타필드 내 프리미엄 푸드마켓인 ‘PK마켓’,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등을 둘러보고 이런 말을 했다. “쇼핑몰에선 콘텐츠가 중요한데 짧은 기간에 이렇게 채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정 부회장은 콘텐츠의 왕(王)이라고 부를 만하다.”
◆“생각을 바꾸니 미국이 보인다”
이후 터브먼은 “스타필드에 들어간 콘텐츠 정도면 미국 쇼핑몰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미국 진출을 제안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라스베이거스 솔트레이크시티 등에 20여 개 대형 복합쇼핑몰을 개발해 운영 중인 터브먼의 ‘러브콜’은 정 부회장의 모험심을 자극했다.
정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국 베트남 몽골…. 이마트가 진출한 국가들을 떠올렸다. 사업 시작과 확장, 철수에 제약이 많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2개 점을 낸 몽골시장은 시장 자체의 규모 때문에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2015년 1호점을 진출한 베트남에선 내년에야 2, 3호점을 연다. 베트남이 잠재력이 있긴 하지만 10년 동안 투자해 점포를 늘려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정 부회장은 판단했다.
이마트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에 갈 깜냥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정 부회장이 완전히 생각을 바꿨다”며 “연내 미국 PK마켓 1호점을 목표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도 선진국에서 승부할 수 있고, 할 수 있다면 신세계 이마트가 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라는 얘기다.
◆PK마켓…백인 중산층 공략
그 첫 대상 국가가 미국으로 결정됐다. 미국 진출의 첨병은 하남과 고양의 스타필드에 선보인 PK마켓이다. 대규모 물류시설과 납품업체 발굴이 필요한 대형마트보다는 프리미엄 식품과 그로서란트(grocerant)로 특화된 PK마켓으로 도전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인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이 결합한 형태다. 고급 식재료를 판매하며 음식을 즉석에서 내놓는다. 국내에선 스타필드 PK마켓의 ‘라이브 랍스터 바(20석)’와 ‘부처스 테이블’이 그런 형태다.
미국에 진출하면 신세계는 이 형태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채소·야채 코너에선 비빔밥바와 주스바를 운영하고, 시푸드 코너에선 랍스터와 회전초밥을, 정육코너에선 스테이크와 철판구이 등을 요리해 판매할 계획이다. ‘아시안 푸드마켓’이 콘셉트다. 식료품과 그로서란트는 물론 이마트의 PB인 ‘피코크’도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식자재 공급과 피코크 생산을 위한 현지공장 인수에 나섰다. 아울러 ‘한국식 빵’의 경쟁력을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파리바게뜨와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밀탑의 동반 진출도 추진 중이다.
◆“쇼핑몰 공실…우리에겐 기회”
미국 PK마켓 1호점 출점 후보 도시는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LA 뉴욕 애틀랜타 등이다. 미국 경제의 호황에도 이들 지역의 쇼핑몰에 들어선 메이시즈 시어스 등과 같은 백화점 가운데 고전하는 점포가 적지 않다. 아마존 등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린 탓이다.
일부 백화점은 쇼핑몰에서 점포를 빼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실이 생기는 쇼핑몰에 4950㎡(약 1500평)~6600㎡(약 2000평) 규모로 PK마켓을 출점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패션상품 중심의 백화점들로만 구성돼 있는 쇼핑몰에 푸드마켓을 넣으면 월마트 타깃 홀푸드 등 기존 대형 매장들과의 차별화도 가능하다. 주 공략 대상은 백인 중산층이다. 이마트는 고객의 60%를 백인 중산층으로 확보하느냐를 미국 진출의 성공 기준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