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신흥-패권국가 간 충돌 '투키디데스의 함정', 미국·중국이 피해나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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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 정혜윤 옮김 / 세종서적 / 516쪽│2만원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 정혜윤 옮김 / 세종서적 / 516쪽│2만원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략하기 전까지 스파르타는 한 세기 이상 이 지역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했다. 페르시아의 침략은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뭉치게 했다. 페르시아를 물리친 뒤 에게해를 기반으로 한 무역국가였던 아테네는 경제적·군사적·문화적 부흥기를 맞았다.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와 자신만만해진 아테네는 두 차례 전쟁을 치렀다. 결과는 참혹했다. 30여 년에 걸친 유혈 참극으로 그리스 문화의 황금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아테네 제국은 몰락했다. 스파르타는 전쟁에서 이겼으나 국력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신흥세력(아테네)과 지배세력(스파르타) 간의 구조적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변방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이 압력의 분출구가 됐다는 것이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런 현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이는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기치 못한 대형 사건만이 아니라 외교관계에서 흔히 생기는 사소한 불씨조차 대규모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앨리슨은 《예정된 전쟁》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이상 세계질서를 규정해온 미국에 대항하는 신흥강국 중국이 이런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경제력과 군사력 등 중국의 힘이 강해질수록 충돌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투키디데스에 따르면 구조적 긴장과 압력에 기름을 끼얹는 세 가지 요인은 이해관계(국가 이익), 두려움, 명예다. 이 중 특히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두려움과 명예다. 두려움은 상대에 대한 인식의 문제여서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또한 명예는 자존심과 결부되면서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게 한다. 이 때문에 국제적 요인은 물론 국내 정치에 휘말려 전쟁을 초래할 개연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저자가 하버드대 벨퍼센터에서 응용역사학 프로젝트로 지난 500년간의 역사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 현상을 찾아본 결과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에 도전한 16개 사례가 확인됐다. 그중 12개 사례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을 피한 사례는 4개에 불과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19세기에 급부상한 일본과 중국·러시아의 전쟁, 17세기 해상을 지배했던 네덜란드에 맞선 영국, 15세기 영국에 도전했던 합스부르크 왕가 등 전쟁이 발생한 사례에서는 모두 저자가 ‘신흥세력 증후군’과 ‘지배세력 증후군’으로 부르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전쟁을 피한 사례들이다. 15세기 말 세계제국과 무역을 두고 경쟁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20세기 초 영국에 맞선 미국, 1940~1980년대 세계 패권을 놓고 대립한 미국과 소련,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유럽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는 영국·프랑스와 독일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났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교황이라는 중재자를 통해 대결을 피했다. 영국과 미국은 지도자가 자국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현명함을 발휘했다.
이런 역사적 사례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전쟁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어떻게 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유엔처럼 더 높은 권위를 지닌 제3자의 도움, 국가의 정상적인 행동을 제약하는 경제·정치·안보 요인의 제거, 문화적 공통성, 핵강국 간의 전면전 배제, 경제적 상호 의존도 확대 등 평화의 문을 열어줄 12가지 열쇠가 책에 제시돼 있다. 저자는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과 중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이 이해한 바탕 위에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며 “두 나라 모두 정치체제의 실패(미국), 정부의 실패(중국) 같은 나라 안의 도전에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왜 이렇게 됐을까.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신흥세력(아테네)과 지배세력(스파르타) 간의 구조적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변방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이 압력의 분출구가 됐다는 것이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런 현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이는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기치 못한 대형 사건만이 아니라 외교관계에서 흔히 생기는 사소한 불씨조차 대규모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앨리슨은 《예정된 전쟁》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이상 세계질서를 규정해온 미국에 대항하는 신흥강국 중국이 이런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경제력과 군사력 등 중국의 힘이 강해질수록 충돌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투키디데스에 따르면 구조적 긴장과 압력에 기름을 끼얹는 세 가지 요인은 이해관계(국가 이익), 두려움, 명예다. 이 중 특히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두려움과 명예다. 두려움은 상대에 대한 인식의 문제여서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또한 명예는 자존심과 결부되면서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게 한다. 이 때문에 국제적 요인은 물론 국내 정치에 휘말려 전쟁을 초래할 개연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저자가 하버드대 벨퍼센터에서 응용역사학 프로젝트로 지난 500년간의 역사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 현상을 찾아본 결과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에 도전한 16개 사례가 확인됐다. 그중 12개 사례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을 피한 사례는 4개에 불과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19세기에 급부상한 일본과 중국·러시아의 전쟁, 17세기 해상을 지배했던 네덜란드에 맞선 영국, 15세기 영국에 도전했던 합스부르크 왕가 등 전쟁이 발생한 사례에서는 모두 저자가 ‘신흥세력 증후군’과 ‘지배세력 증후군’으로 부르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전쟁을 피한 사례들이다. 15세기 말 세계제국과 무역을 두고 경쟁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20세기 초 영국에 맞선 미국, 1940~1980년대 세계 패권을 놓고 대립한 미국과 소련,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유럽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는 영국·프랑스와 독일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났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교황이라는 중재자를 통해 대결을 피했다. 영국과 미국은 지도자가 자국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현명함을 발휘했다.
이런 역사적 사례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전쟁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어떻게 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유엔처럼 더 높은 권위를 지닌 제3자의 도움, 국가의 정상적인 행동을 제약하는 경제·정치·안보 요인의 제거, 문화적 공통성, 핵강국 간의 전면전 배제, 경제적 상호 의존도 확대 등 평화의 문을 열어줄 12가지 열쇠가 책에 제시돼 있다. 저자는 “미국의 핵심 국가 이익과 중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이 이해한 바탕 위에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며 “두 나라 모두 정치체제의 실패(미국), 정부의 실패(중국) 같은 나라 안의 도전에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