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린 데다 환율 하락과 파업에 따른 손실까지 겹친 탓이다. 기아자동차의 작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70% 이상 쪼그라들면서 1조원을 밑돌았다.
현대차, 작년 영업익 5조 아래로… 중·미 판매 부진·파업 '직격탄'
◆현대차, 2010년 이후 ‘최악 실적’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96조367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조5747억원, 4조5464억원을 냈다고 25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9%, 20.5% 줄었다. 순이익 감소 폭이 더 큰 건 중국 현지 합작회사인 베이징현대(지분율 50%)의 실적 악화로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둔 것은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뚝 떨어진 탓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전년 대비 6.4% 줄어든 450만652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특히 미국과 중국 판매량은 각각 11%, 31%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화 강세 기조 속에 주요 시장에서 경쟁 격화로 영업 비용까지 늘어나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 등으로 1조6000억원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통상임금 쇼크’까지 겹치며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기아차는 이날 작년 매출 53조5357억원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622억원, 96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3.1%, 64.9% 급감했다.

◆“신차 12개 앞세워 명예 회복”

현대·기아차는 올해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들고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권역별로 시장 상황, 수익성, 브랜드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목표를 설정하고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12개의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 작년보다 3개 많다.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2000원(1.2%) 오른 15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단기 저점이었던 지난 4일(14만6500원) 이후 8.1%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차가 저평가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8배로 코스피시장 평균(1.08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업황이 좋진 않지만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주력 수출국인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 신흥국 판매가 늘 것으로 본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작되면 주가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아차는 전날과 같은 3만3900원에 마감했다.

장창민/박종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