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는 남녀 싱글과 같은 범주의 종목이라고 봐도 된다. 페어는 첫 번째 동계올림픽격인 1924년 샤모니대회부터 남녀 싱글과 더불어 정식 종목이었다. 토루프, 살코, 악셀 등의 점프와 플라잉카멜 스핀 등 싱글 종목에 있는 여러 스핀이 페어에도 있다. 남녀 선수가 완전히 똑같거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대칭으로 연기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점프의 경우 한 선수는 3회전을 하고 동시에 다른 선수는 2회전을 하면, 둘 다 2회전 점프를 한 것으로 기록된다.
페어에서만 가능한 동작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프트와 스로 점프다.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리거나 공중에 던져 여자 선수가 공중회전을 한 뒤 착지하는 고난도 동작은 페어에서만 볼 수 있다. 여자 선수가 거의 눕듯이 빙판과 수평을 이룬 채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의 한 손을 잡고 돌아 원을 그리는 데스 스파이럴도 페어 종목의 독창적인 요소다. 한국 김규은-감강찬 조(사진)와 북한 염대옥-김주식 조가 뛰는 종목이 페어다.
민유라-겜린 알렉산더 조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아이스댄스는 피겨스케이팅의 나머지 세 종목과 가장 구별되는 종목이다. 아이스댄스라는 이름 그대로 빙판에서 하는 볼룸 댄스다. 남녀 선수와 음악이 혼연일체가 돼 유려한 연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다른 종목보다 예술성이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남녀 싱글과 페어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으로 구성된 데 비해 아이스댄스는 쇼트댄스와 프리댄스로 이뤄져 있다. 쇼트댄스는 해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그 시즌의 리듬을 선정한다. 이번 시즌은 라틴 리듬이고, 그중에서도 룸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지난 시즌은 힙합 또는 블루스 리듬이었다. 아이스댄스에선 점프나 스로 동작은 할 수 없다. 리프트는 있지만 남자 선수의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려선 안 된다. 또 두 선수는 연기 내내 양팔 너비 이상으로 떨어질 수 없다.
두 선수가 한시도 빠짐없이 신체의 일부를 접촉하고 있어야 하는 동작이 있는가 하면 두 선수가 서로를 터치하면 안 되는 동작도 있다. 쇼트댄스에는 모든 참가 선수가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공통 요소도 있어서 똑같은 동작을 서로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표현해내는지도 볼 수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