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사업과 관련한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하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작년 8월 이렇게 말했다. 이후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11번가를 비롯해 티몬, 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한 곳을 인수하는 게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1조원 이상을 투자받아 자체 체력을 키우면서, 다른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해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정 부회장의 복안이었다.

신세계 온라인몰 쓱, 쑥 키운다
올 하반기 온라인 신설 법인 설립

신세계는 우선 백화점, 이마트 등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별도로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할 계획이다. 이 사업부들을 하나로 합쳐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의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순서로 진행된다. 신세계는 지금도 ‘쓱닷컴’(SSG.com)이란 이름으로 각 계열사 온라인 사업이 하나의 플랫폼에 합쳐져 있다. 이를 운영하는 사업부까지 통합하면 온라인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설립 예정인 이 신설 법인에는 외부에서 1조원 이상 투자를 받는다. 투자회사 BRV캐피털, 어피니티 두 곳이 참여하기로 했다. BRV캐피털은 미국 전자결제시장을 개척한 미국 페이팔의 최초 투자자로 이름이 난 투자회사다. 홍콩계 사모펀드(PE) 어피니티는 국내에서 카카오 교보생명 현대카드 등 굵직한 투자를 한 경험이 있다.

이들 투자사는 신세계 온라인 신설 법인 지분 30% 안팎을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법인의 가치 산정에 따라 투자금은 최소 1조원, 최대 1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계 온라인의 가치를 투자사들이 3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 측은 쓱닷컴이 △쇼핑에서 결제까지 통합된 높은 편의성 △3시간 단위 당일배송과 예약배송이 가능한 차별화된 배송 시스템 △앞서가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백화점부터 마트까지 아우르는 약 400만 개의 상품 구색 등을 갖추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확장·M&A 추진

신세계는 이 투자금으로 온라인 사업 확대에 나선다. “2023년까지 온라인에서만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신세계의 목표다. 작년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 매출은 2조원 정도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물류센터를 대대적으로 짓는다. 신세계는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을 2014년 초 출범하고, 그해 7월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경기 보정에 지었다. 2016년 2월에는 경기 김포에 추가로 물류센터를 세웠다. 2020년까지 수도권에만 4곳을 더 지을 예정이다.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 기존 이커머스 기업뿐 아니라 물류, 정보기술(IT) 등 사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기업이 인수 대상이다. 프리미엄 패션몰, 온라인 전용 장보기 시스템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세계의 이날 ‘깜짝 발표’에 대한 금융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날 증시에선 이마트 주식이 전날 대비 15.04% 급등한 2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백화점, 면세점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 주가도 9.84% 뛰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