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맥주 제조하는 법을 공부하고 스스로 해보는 ‘홈브루잉(자가양조)’ 열풍이 뜨겁다. 대학마다 수제맥주 동아리가 잇따라 결성돼 맛 강좌나 시음회, 양조장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학생이 늘고 있다. 아예 학교 차원에서 양조시설까지 갖추고 산학협력에 나선 곳도 적지 않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2027년까지 연간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캠퍼스 홈브루잉 열풍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산학협력으로 수제맥주 '블루오션' 이끈다
◆수제맥주 동아리에 학내 양조장까지

26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결성된 맥주양조 동아리 ‘맥락’의 신입회원 모집에 100명이 넘는 학생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했다. 나석주 맥락 회장(컴퓨터공학과 3학년)은 “평소 수제맥주에 관심이 많아 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관심이 높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맥주양조 동아리 ‘스누브루(SNU BREW)’도 수제맥주 강의와 시음회 행사, 유명 맥주 펍을 돌아보는 ‘펍 크롤링(순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원혁 스누브루 회장(자유전공학부 4학년)은 외부 양조 전문교육기관에서 강의할 정도로 알아주는 ‘맥덕’(맥주 마니아)이다. 장 회장은 “신입회원도 5~6시간만 강의를 들으면 자신의 맥주를 제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STLAB’은 학교에서 인정받는 동아리로 자리매김했다. STLAB은 2014년 식품공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탄생했다. 회장인 송형근 씨(식품공학과 4학년)는 “처음엔 ‘술 동아리’라고 학교에서 꺼렸지만 이제는 신규 맥주양조 설비를 지원해주는 등 대접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STLAB은 ‘2017 코리아 홈브루잉 챔피언십’ 대회에서 스타우트(흑맥주)부문 은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산학협력으로 수제맥주 '블루오션' 이끈다
◆산학협력 강화…10년 내 2조 시장

수제맥주의 가능성에 주목한 대학은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의과학대는 지난달 수제맥주 제조업체 트레비어, 와일드웨이브 브루잉과 산학협력을 맺었다. 동의과학대는 수제맥주 제조부터 창업까지 전 과정을 가르치는 평생교육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상호교류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수제맥주 제조에 나선다.

대경대도 글로벌양조경영학교를 운영하며 수제맥주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6주 과정을 이수하면 ‘수제맥주전문가’ 자격증을 준다. 지난해 9월에는 경북 청도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특산물 복숭아를 이용해 ‘청도맥주’를 개발하기도 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수제맥주업계는 이 같은 대학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오세영 트레비어 이사는 “국내 수제맥주양조 교육기관이 부족해 해외에서 양조를 배워온 지원자가 아니면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양조 경험이 있는 대학생이 주 소비층으로 성장하면 중장기적으로 수제맥주 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약 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최근 3년간 매년 100% 성장률을 보였다. 10년 뒤인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자 대경대 글로벌양조경영학과 교수는 “와인, 커피도 소수 마니아가 향유하던 문화적 현상이 산업으로 발전한 사례”라며 “홈브루잉도 막 걸음마를 시작한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