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비스는 비교 검색이 안될까”…24시간 안에 ‘고수’가 견적서 보내주는 ‘숨고’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가격 비교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이 다르고 카드 할인, 쿠폰 등 혜택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발품’ 혹은 ‘손품’을 조금만 팔면 남들보다 값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이같은 최저가 검색은 구매 대상이 ‘동일한 물건’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어디서 물건을 사든 똑같은 제품을 받아야만 싸게 사는 의미가 있다.

서비스는 최저가라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구매하는 것이 무형의 서비스라면 어떨까. 가격은 물론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포장이사 업체를 고른다고 할 때 가격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짐을 소중하게 다뤄준다거나, 짐이 파손됐을 때 보상을 적절하게 해준다거나,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검색으로 찾기 어렵다. 포털이나 검색 사이트에 원하는 서비스를 입력해봐도 나오는 것이라고는 업체들이 돈을 내고 게재하는 광고들 뿐이다. 광고를 가장한 카페, 블로그 글도 수두룩하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분야도 있다. 예를 들어 포털 검색창에 ‘스와힐리어 과외’ 같은 전문가 풀이 적은 분야를 입력해보면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업체도 비슷한 입장이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수많은 업체 가운데 선택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키워드 광고나 바이럴 광고를 집행하기 마련이다. 스와힐리어처럼 시장 크기가 작아 광고 효과가 전혀 없는 분야도 흔하다. 요약하자면 서비스 시장에선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시장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숨고는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매칭하는 O2O 플랫폼이다


숨고는 이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다. ’숨은 고수’의 줄임말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이용자를 매칭해주는 O2O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희망 지역, 시간 등을 입력하면 해당 조건과 맞는 ‘고수’가 제안서를 보내는 식이다. 이용자는 최대 5건의 제안서를 받은 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고수를 선택하면 된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로빈 대표는 “숨고는 개인 재능을 파는 전문가와 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라며 “숨고를 통해 이용자는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제공자는 광고비나 소개료 없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왜 서비스는 비교 검색이 안될까”…24시간 안에 ‘고수’가 견적서 보내주는 ‘숨고’
숨고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레슨, 홈/리빙, 이벤트,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등 크게 5개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세부 항목은 400여개다. 웹사이트(soomgo.com)를 둘러보면 제공하는 서비스가 상당히 세분화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술만 해도 동양화, 만화, 회화, 소묘, 조소, 팝아트 등으로 나눠진다. 이력서/자소서 컨설팅, 취업 컨설팅, 면접 컨설팅 등 취업 준비 항목도 다양하다. 각 분야마다 수백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고수가 등록돼 있다.


이용자가 할 일은 간단하다.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세부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각 분야마다 입력해야 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국내 이사 항목을 누르면 집이 평수, 포장 여부, 이사 날짜, 출발지와 도착지 주소, 엘레베이터 유무, 가구 종류 등을 채워넣어야 한다. 기타 레슨의 경우 배우고 싶은 기타의 종류, 경력, 연령, 레슨 목적, 배우고 싶은 음악 스타일(클래식, 재즈, CCM 등), 악기 소유 여부, 희망 레슨 형태와 횟수, 레슨 시간과 날짜, 위치, 선호하는 강사의 성별 등 다양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요청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고수들로부터 72시간 내 최대 5건의 견적서를 받을 수 있다.(대개는 24시간 내 견적서가 모두 도착한다고 한다.) 견적서에는 고수의 프로필과 희망 금액, 과거 고수들로부터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의 리뷰 등이 포함돼 있다. 이용자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해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검색 사이트에서 일일이 검색해 가격과 서비스 내용을 비교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셈이다.

검색사이트에서 일일이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고수 입장에서도 마케팅을 위해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고객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분야에 전문가로 등록해두면 해당 분야에서 세부 조건이 맞는 이용자가 요청서를 제출할 때마다 숨고에서 자동으로 매칭해 알림을 보내준다.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확인한 뒤 견적서를 보낼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견적서를 보낼 때는 1크레디트(1000원)를 숨고 측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 돈을 제외하면 별도 수수료를 떼지 않는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청소나 이사처럼 시장 규모가 큰 서비스는 경쟁이 치열해 광고,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반면 국악 레슨 같은 분야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없었다. 규모가 큰 회사든 개인이 운영하는 서비스든 숨고 플랫폼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 광고를 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검색 결과 가장 위에 노출되는 ‘파워링크’, ‘비즈 사이트’와 같은 형태다. 지난해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2조9670억원이었는데 이가운데 검색 광고가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고가 커진다면 숨고를 통해 이용자를 모집하는 서비스 업체는 광고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가격의 우위를 바탕으로 다시 사용자를 늘리는 선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통해 서비스 시장의 최대 플랫폼이 되는 것이 숨고의 목표다.

한국에서 다섯번째로 와이컴비네이터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창업 후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 7기로 선발됐고 이듬해 5월에는 본엔젤스로부터 4억원 투자를 받았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최고의 엑셀러레이터로 손꼽히는 와이컴비네이터에 입성했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선 미미박스, 샌드버드, 시어스랩, 미소에 이어 다섯번째다.
“왜 서비스는 비교 검색이 안될까”…24시간 안에 ‘고수’가 견적서 보내주는 ‘숨고’
창업자인 김 대표는 음식배달 서비스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의 창업 멤버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공동창업자인 김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 ‘브라이트스톰’의 기술총괄을 맡는 등 여러 차례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마지막 공동창업자인 강지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엑셀러레이터 ‘500 스타트업’ 1기 출신이다.

미국의 ‘섬택’을 벤치마킹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섬택(Thumbtack)’을 벤처마킹했다. 2010년 처음 등장한 이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준다. 각종 레슨은 물론 이벤트, 집안일, 웰빙 등 1000여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은 섬택처럼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여러가지 있다”며 “한국은 제품을 연결해주는 좋은 플랫폼이 많은 반면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숨고는 2015년 9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과외/레슨 분야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고수를 모집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과외 강사들이 많이 가는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다니면서 메일, 메시지 등을 보내 우리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며 “처음에는 200~300명의 고수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내 고수를 10만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


손쉽게 강사(혹은 수강생)를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늘었다. 올해 1월부터는 과외/레슨 외에도 이벤트, 홈/리빙,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등 4개 카테고리를 신규로 열었다. 5월29일 현재 등록된 고수의 숫자는 4만2227명이다. 아직까지는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과외/레슨 분야의 고수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김 대표는 “새로 론칭한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당장 매출보다는 서비스 확장과 더 많은 고수를 영입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400여개 수준인 서비스의 종류를 연내 1000개까지 확대하고 고수도 4만명에서 1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법률 관련 서비스, 반려 동물, 미용 등이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다. 김 대표는 “우선 한국에서 마켓 리더로 자리매김한 뒤 해외 서비스도 고려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