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통화정책 면에서 재닛 옐런 의장과 같은 보조를 유지해왔다. 2012년부터 Fed 이사로 활동하며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다. 다만 금융규제 완화 속도에 대해선 차이를 보여 왔다.

파월은 지난해 6월 상원에서 “금융위기 이후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회복력 등이 크게 개선됐다”며 “이제는 새로운 리스크 발생에 유의하되 불필요한 규제를 줄일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소은행 규제와 ‘볼커룰’ 완화,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테스트) 완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공화당과 Fed는 세 가지 규제 완화를 위해 상원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해당하는 금융사 기준을 자산 500억달러(약 53조3000억원) 이상에서 2500억달러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을 높이면 스트레스테스트 등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은행이 34곳에서 10개 안팎으로 줄어든다. Fed는 스트레스테스트 기준 자체를 은행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달 이런 방안을 내놓았고, 지난 22일까지 은행 의견을 수렴했다.

볼커룰 완화안은 자산 100억달러 이하 은행을 볼커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볼커룰은 금융사가 자기자본으로 파생금융상품 등 과도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하원은 지난해 6월 볼커룰을 삭제한 금융선택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권한을 없애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기 발생 10년 만에 규제를 푸는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임한 스탠리 피셔 전 Fed 부의장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같은 강도의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10년이 경과한 현재 모두가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는 극히 위험하고 근시안적”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