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비 회계 처리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이를 점검하는 테마 감리를 할 계획”이라고 28일 발표했다. 오는 3월 2017년 결산 결과가 공시되면 위반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대상으로 감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2016년 한미약품에 이어 최근 셀트리온까지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회계 처리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연구개발비에 대해 ‘기술적 실현 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하는 방법’ 등을 따져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요건에 맞지 않으면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고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의 요건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줄 회계 처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비 회계 처리는 제각각이다. 지난해 9월 재무제표 기준으로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 1540억원 중 1171억원(76%)을 무형자산으로 반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개발비의 36%인 568억원을 자산으로 잡고 나머지 64%는 판매관리비로 처리했다. 신라젠은 연구개발비 전액인 236억원을 비용으로 털어낸 반면 제넥신은 연구개발비 86%를 자산화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해외 제약사는 정부의 판매 승인을 받은 이후 발생한 개발비만 자산으로 처리하는 등 보수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내 기업이 임상 1상 또는 임상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연구비를 자산화하는 사례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성 금감원 회계기획감리실장은 “기업이 신약 개발을 낙관해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했다가 추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손실로 처리하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주가가 급락한다”며 “제약·바이오뿐 아니라 개발비 비중이 높은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