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의 발전으로 오프라인 중심 ‘의식주’ 사업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5년여 전부터 관련 회사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교육, 금융도 가계 지출이 큰 분야로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에 포함했죠.”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사진)는 “의류, 푸드테크, 공유 오피스 등의 사업을 추진해온 것은 이 같은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전히 의식주와 교육 분야 등은 온라인과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이른바 ‘컴퍼니 빌더’형 스타트업 지주회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회사를 세우고,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 투자도 한다. 현재 자회사로 패스트캠퍼스(교육), 패스트파이브(공유 오피스), 패스트인베스트먼트(투자), 스트라입스(남성 패션), 소울부스터(여성 속옷) 등을 두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헬로네이처(2016년 SK플래닛이 인수), 음식 배달 스타트업 푸드플라이(2017년 요기요가 인수) 등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주회사형 컴퍼니 빌더는 미국과 중국처럼 큰 시장보다는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창업 모델”이라며 “유럽 쪽에서 많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 벤처업계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여러 차례 주도했다. 20대에 벤처캐피털회사인 스톤브릿지캐피털에 입사해 4년가량 수석심사역, 투자팀장 등을 맡아 수백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투자 및 창업에 관여한 업체만 40여 곳에 이른다. 소셜커머스업체인 티몬(2011년 리빙소셜에 매각), 동영상 솔루션업체 엔써즈(2011년 KT에 매각), 온라인 게임회사 띵소프트(2013년 넥슨에 매각) 등이 박 대표가 발굴한 대표적 회사다.

티몬 투자로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최고전략책임자(CSO·당시 아블라컴퍼니 대표) 등과 인연을 맺었고, 이들과 함께 2012년 2월 패스트트랙아시아를 공동 창업했다. 박 대표는 “신 의장은 매우 낙관적이고, 노 대표는 기술 중심 사고를 갖고 있다”며 “나는 보수적인 편인데 서로 다른 성격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한국만 해도 인터넷 초창기에 처음 깃발을 꽂고 나선 회사보다 뒤에 진출한 회사들이 더 크게 성공했다”며 “다음(현 카카오)도 그렇고, 그보다 더 늦게 시작한 네이버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 뜨거운 이슈가 많은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언제 개화할 것이냐는 점”이라며 “모양새를 갖출 만한 시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을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확률론으로만 접근한다면 후회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이기는 사람은 특정 분야에서 장기적 관점을 갖고 회사를 키워나갈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