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가상계좌 발급해주지 않고 벌집계좌도 사용할 수 없어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시행의 여파로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가 당분간 운영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발급해주지 않는 데다가 기존 법인계좌(일명 벌집계좌)도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30일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를 사용하는 회원 거래소는 코인네스트, 고팍스, 코인링크, 이야랩스 등 10개사다.

이들 거래소는 현재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 발급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가상계좌 신규 발급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은행들은 일단 기존 계좌의 실명제 전환을 먼저 하고서 신규 발급은 나중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계좌 발급 불허에 중소 가상화폐거래소 고사 위기
기존 법인계좌 사용도 불투명하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거래소와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거래소가 벌집계좌로 이용자의 자금을 받는 경우를 포함해 벌집계좌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벌집계좌도 막히면 해당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원화를 입금할 수 없어 원활하게 가상화폐 매매를 하기 어려워진다.

단, 가상화폐 입금은 가능해 가상화폐로 다른 가상화폐를 사는 거래는 할 수 있다.

실제 벌집계좌 사용이 불가한 거래소들이 나오고 있다.

코인네스트 관계자는 "법인계좌를 자체적으로 닫아놓았다"며 "원화 입금은 안 되지만 다른 가상화폐 입금은 가능해 다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우리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매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가상계좌 신규 발급 불허 방침으로 신규 거래소의 진입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한국과 중국의 금융·보안 전문가들이 설립한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의 개설 일정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

코리아코인익스체인지는 "은행권 사정으로 실명 가상계좌 서비스 도입이 어려워 오픈 일정을 2월로 연기했다"며 "오픈 후에도 당분간 비트코인으로 다른 가상화폐를 사는 코인 간 거래 마켓만 운영된다"고 밝혔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며 "기존에 은행연합회를 통해 협의한 6개 은행은 시장에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