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영향평가 도입 법률안
19대 국회서 제출됐지만
의원들 반대에 부딪혀 무산
전문가들은 의원 입법에도 규제영향평가제 도입 등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모든 법안에 대해 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행정규제를 수반하는 입법이나 예산·기금이 소요되는 법안에 대해서라도 입법 영향평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유기준 의원과 이한구 전 의원 등이 입법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법률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소위원회 논의 단계서부터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대 국회의 의원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규제영향평가제 등 입법 체계를 보완하자는 법률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최근의 의원 법안 발의는 발의 속도와 규모에서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담당 업무를 처리하는 국회사무처도 과잉입법으로 인한 업무 마비를 우려할 수준이다. 쏟아지는 법안들은 대부분 각 상임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채 사장된다. 16대 국회에서 37%였던 의원입법안의 자동폐기율은 19대에서는 65%까지 치솟았다. 국회의원이 제출한 법안 10개 중 7개 정도는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사라진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폐기율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여당 소속 의원을 통해 법안을 제출하는 청부입법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한 규제평가제 도입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18대 국회에서 전체 가결 법안 중 의원 발의안 비중은 62.5%였으나 박근혜 정부 때인 19대 국회에서는 72%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정부 제출 법률안은 1693건에서 1093건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신속한 법률안 처리를 위해 청부입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제출 법률안은 행정부의 법률안 입안과정에서 입법예고, 규제영향분석, 법제처 심사 등 다양한 검토과정을 거친다. 최소 4~6개월이 걸린다. 반면 의원 입법은 이 같은 과정이 모두 생략되기 때문에 절차와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정부의 입법 우회통로가 되고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입법영향평가가 필요하지만 19대 때도 국회의원들의 반대정서가 강해 도입이 쉽지 않았다”며 “의정 활동을 법안 발의 건수로 평가하기보다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법제실 등을 적극 활용해서 제출된 좋은 법안을 모범사례화하는 정성평가로 유도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