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일자리는 못 만들면서 '일자리 조직'만 만드는 정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30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주 각 부처 1급이 참여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주에는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일자리 전담 부서장 회의를 열어 중앙과 지방정부의 유기적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본부’를 설립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대책본부를 통해 청년 일자리 정책을 도출하고 부처 간 협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도 청년 일자리 TF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소집해 “청년실업이 국가 재난 수준인데 각 부처에 (대책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안 보인다”고 불호령을 내린 직후 나타난 현상이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청년 취업난은 심각하다.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도 22.7%에 달했다. 청년층 4~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상태라는 의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를 넘었고 정부는 올해도 3%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청년층은 일자리를 못 구해 발을 구르고 있다.

정부 부처라고 당장 손에 잡히는 해법이 있는 게 아니다.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공기관의 청년 의무고용 비율 상향, 청년 3명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3년간 1명분 임금지원(최대 연 2000만원) 등 웬만한 대책은 이미 다 꺼낸 상태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질책이 떨어지자 관가에선 “당장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할지 모르겠다”는 절박함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작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역인 기업은 몸을 바싹 움츠린 상태다. 정부가 앞뒤 재지 않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는 기존 일자리마저 줄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일자리 확대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펴면서 각 부처에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다그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자리 조직’을 꾸리는 일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