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어제 정기총회를 열고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총장들은 “지난 10년간의 ‘반값 등록금(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으로 대학 재정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며 “대학들은 교육 투자 여력이 거의 없어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비 부담 경감’을 내건 정부의 등록금 통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교육 환경과 질(質)이 급속히 악화되자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대학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10년 가까이 재정의 주 수입원인 등록금(60.4%, 2016년 전국 대학 평균)을 올리지 못해서다. 인건비를 빼고 나면 정상적인 수업과 연구실 운영에 필요한 재원 확보마저 어려운 대학이 적지 않다. 등록금을 사립대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서울시립대는 수강생이 100명을 넘는 대형 강의가 2011년 55개에서 2016년 112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전국 155개 사립대의 2015년 연구비 지출과 기계 구입비도 2011년에 비해 각각 13%와 29% 줄었다. 기업의 수요가 많은 융·복합 교육에 필요한 교수진 확보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는 최저임금이 16.4%나 올라 인건비 부담은 더 늘어났다.

인재 양성의 산실인 대학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이 세계적인 벤처 중심지가 된 것은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신산업 연구에 투자하는 스탠퍼드와 같은 대학들이 있어 가능했다. 등록금 인상 규제로 신규 투자는커녕 살아남기에 도 급급한 우리나라 대학들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 육성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