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30일 오후 2시11분

아웃백 is Back… 1년 새 이익 230% '껑충'
“앞으로 아웃백에 냉동 재료는 없습니다. 냉장 스테이크로 모두 바꾸세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2016년 7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아웃백) 한국법인을 인수한 뒤 첫 일성으로 이 같은 변화를 주문했다. 불필요한 냉동 과정을 없애면 비용을 줄이고 고기 맛은 좋게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냉장 스테이크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재고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내부 반발에 “하루에 100만 대가 넘는 휴대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도 재고관리를 완벽하게 한다”며 삼성식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아웃백 is Back… 1년 새 이익 230% '껑충'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부문 총괄사장과 옛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그의 경륜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후 1년 새 영업이익이 3배 이상으로 수직 상승한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시대는 끝났다”는 외식업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빅데이터로 살린 고기맛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
진 회장이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562억원을 주고 아웃백코리아를 인수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아웃백의 모기업인 미국 블루밍브랜즈인터내셔널이 매물로 내놨다. 스카이레이크는 당시 아웃백이 처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했다. 2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할 때 맛과 서비스를 끌어올리면 성공할 기회가 있다고 봤다.

스카이레이크가 고기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설비투자나 수입처 변화 등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이었다. 수년간의 매출 데이터와 날씨, 이벤트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지역·점포별 당일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재고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수입에서 배송까지 3~4일이 걸리던 유통 시스템도 수입 다음날 곧바로 각 매장에 전달되도록 혁신했다. 스테이크를 냉동하는 과정 없이 곧바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매장 경영도 수술대에 올렸다. 점포별 수익을 점포장과 본사가 나눠 갖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주방 안이 잘 보이는 ‘오픈형 키친’으로 매장을 재단장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등 크고 작은 혁신이 시도됐다. 날이 잘 드는 ‘최고급 칼’을 비치해 고기가 잘 썰리도록 하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채택했다. 조인수 아웃백 대표와 기존 직원들도 혁신에 힘을 보탰다. 아웃백의 변신은 큰 성과로 이어졌다. 2016년 2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73억원으로 2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55억원에서 2035억원으로 늘었다.

디지털 콘텐츠로 매장 인테리어

아웃백 is Back… 1년 새 이익 230% '껑충'
스테이크 맛이 좋아지자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웃백이 돌아왔다(Outback is Back)’는 평가가 돌았다. 3만원대 가격에 질 좋은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미디어 아티스트 빅터 장과 협업해 서울 논현동에 디지털 콘텐츠로 꾸민 매장을 내는 등 차별화한 인테리어로 20~30대의 발길을 붙들었다.

아웃백은 ‘토마호크’, ‘블랙라벨’ 등 고급 스테이크도 선보였다. 미국 백악관에 납품되는 최고급 품종의 소인 블랙앵거스의 고급 부위를 사용하는 토마호크는 1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미식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 일급 셰프(요리사)들로 구성된 아웃백 연구개발(R&D)팀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메뉴들이다.

메뉴 혁신은 총매출의 20% 수준에 머물던 스테이크 판매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며 매출 확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웃백 관계자는 “토마호크, 블랙라벨 등은 미국 본사와 홍콩법인으로 역수출한다”며 “한국법인이 아웃백 글로벌의 연구개발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백아시아’의 꿈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코리아를 넘어 아웃백아시아로 영토를 넓히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한국법인을 인수할 당시 중국과 베트남 현지 영업권을 확보해 둔 것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다. 또 다른 아시아 국가의 운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우선협상 권한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백 관계자는 “아웃백아시아라는 청사진에 따라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며 “수년 내 아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