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동승 동물이 안전띠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도로교통법 개정안, 박경미 의원)

“건축물 외벽 마감 재료에 조류 충돌 방지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건축법 개정안, 이용득 의원)
의원입법 1만건… 국회의 '규제 폭주'
국회의원들이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2016년 6월 문을 연 20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 발의는 역대 최단 기간인 20개월(604일)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혁파 노력이 국회의 규제 입법 폭주에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원 입법에도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등의 제동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대 국회 의원 발의 법안은 지난 23일 1만 건을 넘어섰다. 이날까지 국회에 접수된 전체 법안 1만1158건 중 의원 발의가 1만47건으로 90%를 차지했다. 정부 발의와 상임위원장 발의 건수는 각각 658건, 453건에 그쳤다. 19대(2012년 5월~2016년 4월) 국회에서 28개월이 걸린 1만 건 돌파 시점이 8개월이나 앞당겨질 정도로 의원 법안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대 국회 회기 중에 사상 처음으로 2만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19대 국회는 1만5444건이었다.

의원 발의 법안이 모두 통과되는 건 아니다. 70~80%가 폐기된다. 문제는 처리되는 20~30% 가운데 규제 관련 법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가 규제심사를 피하려고 여당 의원을 앞세워 발의하는 이른바 ‘청부입법’도 점차 늘고 있다. 여야가 맞서는 쟁점 법안이 아니면 ‘민생법안’이란 이름하에 본회의 때마다 수십 건씩 처리된다. 날림성 졸속 발의에 부실심사가 더해지면서 이해관계자와 기득권 보호를 위한 규제 관련 조항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본회의에서 법안 내용도 모르고 찬성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는 폭주하는 의원 발의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최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당내에 전문입법 조직을 설치하거나 국회입법조사처 등을 활용해 법안 발의 전에 규제영향평가를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호/배정철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