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앞서 주식을 쪼개 주당 가격을 낮춘 종목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3년간 액면분할한 44개사 가운데 분할 이후 주가가 오른 종목(분할상장 첫날 종가 대비 지난 30일 종가 기준)은 15개였다. 성지건설(197.78%) 코오롱머티리얼(140.37%) 애경유화(92.00%) 등의 주가가 액면분할 이후 크게 올랐다. 반면 대한전선(-75.75%) 덕양산업(-62.26%) 두산건설(-40.48%) 등은 하락폭이 컸다.

분할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거래량 증가 효과는 있었지만 주가 상승과의 연관성은 크지 않았다.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업황과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2015년과 2016년 잇따라 액면분할로 유통주식 수를 10배로 늘린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제과 등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고가주)도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업황 악화로 분할 전보다 주가가 떨어졌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을 한다고 해서 펀더멘털이나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투자 주체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지나치게 많이 쏠려 있는 만큼 주식 접근성을 높이면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대금 기준(2018년 1월 평균)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가깝다.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52.45%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에 100만원이 넘는 다른 ‘황제주’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 속에서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액면분할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롯데칠성(151만6000원) 태광산업(137만9000원) LG생활건강(117만7000원) 영풍(106만원) 등이 100만원이 넘는 고가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