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과 외교안보 등 대외 분야에서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통상에서 국내법을 엄격히 적용한 자국 이익보호 원칙을, 외교안보에선 군사비 증액과 핵무기 현대화를 통한 ‘힘에 의한 평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을 겨냥한 엄중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임박한 북한의 핵 위협을 언급하며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무기 보강해 핵억제력 확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취임 이후 첫 국정연설을 했다. 연설은 총 80분간 이어졌다. 1960년 이후 미 대통령 국정연설 중에선 세 번째,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89분) 이후로는 가장 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 내치 분야에서는 화합과 타협을 강조한 반면 외교와 통상 등 대외 분야에서는 강경한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이란, 쿠바 등과 함께 ‘적’으로 규정했다.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처럼 대충 하다 타협하고 보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될 수도 있다’ 등 과거와 같은 과격한 대북 언급은 없었다.

연설 직전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눈이 번쩍 뜨일 북핵 관련 발언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대북 발언을 우려한다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정권(IS) 등을 향해서는 보다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은 불량 정권과 테러그룹,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에 의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나약함이 갈등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며 “필적할 수 없는 힘이 우리의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임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현대화와 증강에 나서야 한다고 의회에 촉구했다.

세이프가드 발동 일상화되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의 상당 분량을 경제에 할애했다. 취임 이후 1년간의 경제 치적을 나열한 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인프라 투자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미국 무역 규정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했다. 그동안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각종 관세·비관세 장벽을 적극 활용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미국 무역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미국 근로자와 지식재산권 등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와 같은 초강력 조치를 계속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식재산권을 꼭 집어 언급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시작했다.

인프라 개선에 1조5000억달러 투입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진행할 인프라 개선 투자 규모로 1조5000억달러(약 1610조원)를 제시했다. 2016년 대선 때는 1조달러를, 최근엔 1조7000억달러를 얘기했다. 그는 “허물어지는 인프라를 재건할 시점”이라며 “연방예산 지출에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매칭으로 투자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도로(건설) 승인을 얻기 위해 10년이 걸린다면 수치가 아니겠는가”라며 “(인프라 투자 관련법을 만든다면) 인허가 기간을 1~2년으로 줄이는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합과 안전을 강조하며 초당적 이민개혁 방안도 제시했다. 180만 명의 불법체류 청년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함께 △멕시코 장벽 건설 △비자 추첨제 폐지 △연쇄 이민 제한 등의 처리를 제안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