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명동 거리.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31일 명동 거리.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동남아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나 따이공(보따리상)들이 조금 다니고 있는 수준이죠. 작년 말 베이징에서 출발한 첫 중국인 단체관광객 이후 아직 한 팀도 오지 않았어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대거 방한하는 연중 최대 성수기 춘제(중국 설) 기간(2월15~21일)을 앞둔 명동 일대 상인들은 최근 울상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 회복될 것이란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명동 중심가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올림픽 특수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역대 최악의 수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2시께 기자가 찾은 명동 거리는 꽤 한산한 모습이었다. 화장품 가게 안에는 고객보다 종업원 수가 더 많아 보였다. '개점 휴업' 상태인 것과 다름없는 매장도 눈에 띄었다.

예년 이면 이맘때쯤 중국인 관광객들로 명동 일대가 북적였지만,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에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하자 외국인 손님은 물론 내국인 발길도 뜸해진 모습이었다. 간혹 중국인으로 보이는 단체 관광객이 보이긴 했지만 본토가 아닌 대만 출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 3명에게 다가가 "놀러 왔냐"고 물으니 "일하러 왔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웨이신·웨이보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국 상품을 올려놓고 원하는 상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이른바 보따리상 '따이공'들이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807만명이던 방한 중국인이 지난해 사드 악재로 416만명까지 크게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 넘게 성장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했지만 따이공이 구매량이 크게 늘면서 실적이 양호했다.

사정이 이렇자 국내 유통업계는 춘제 마케팅에 나서면서도 큰 기대는 접은 상황이다.

중국 현지 여행사들은 한국 관광 상품 판매에 소극적이다. 당장 2월 대목을 앞두고 중국 3대 국영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와 중국여행사(CTS), 중국청년여행사(CYTS)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한국 단체여행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현지 여행사들은 "시장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밝히며 당국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국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개최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작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당장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며 "개별 관광객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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