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역내의 비교 쇼핑 부문에서 구글이 여전히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켈쿠(Kelkoo)와 컴페어(Compare) 등 EU지역에서 운영되는 비교 쇼핑 서비스 업체들은 최근 EU당국에 사업 여건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으며 일부 부문에서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새로운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구글은 지난해 6월 24억 유로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 명령을 받자 상품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의 상단에 배치되는 광고 공간을 경쟁입찰에 부치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글 쇼핑을 우대하고 있다는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다른 비교 쇼핑 서비스에도 동등한 조건의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구글 쇼핑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해 본사의 자금을 받지 않고 자체 운영비로 광고 공간의 경쟁 입찰에 나서도록 하는 시정 조치도 마련했다.

경쟁사들은 검색 결과를 나열하는 첫 페이지의 상단에 상품을 노출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고란을 확보한다고 해도 구글 쇼핑을 물리치느라 입찰 비용이 높아져 거의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컴페어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받는 광고 수수료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입찰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립적인 기관의 조사에서도 구글 쇼핑이 제공하는 상품 광고는 거의 모든 검색 페이지에 노출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구글 비교쇼핑 여전히 불공정?… 경쟁사, EU당국에 "시정" 호소
검색 분석 업체인 서치메트릭스가 지난 2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독일 검색 사이트의 광고란 가운데 겨우 2%만이 경쟁사들에게 배정돼 있었고 영국 경쟁사들의 광고란 점유율은 겨우 0.4%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독일과 영국의 구글 검색 사이트에서 2천500개의 인기 키워드를 입력했을 경우에 나타난 결과를 분석한 것이었다.

한 독일 비교 쇼핑 서비스 업체의 관계자는 구글이 운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공정한 활동 무대라고 간주할 만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경쟁사들은 구글보다 고정비가 높아 구글 쇼핑이 제시하는 입찰 가격을 맞출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광고란을 확보한다고 해도 광고를 클릭하면 비교 쇼핑 서비스가 아닌, 이들의 고객 사이트로 직접 연결시킨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비교 쇼핑 서비스 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자사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이를 클릭할 때마다 상인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경쟁사들의 사이트로 직접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다.
구글 비교쇼핑 여전히 불공정?… 경쟁사, EU당국에 "시정" 호소
이들의 각종 불만은 EU당국이 구글의 시정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과 경쟁사 양측에 정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EU당국은 불만을 제기한 몇몇 업체 관계자들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당국은 이들의 불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공정경쟁 담당 EU집행위원은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비교 쇼핑 서비스의 문제점은 "당분간 우리의 책상 위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