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통해 마련한 공모 자금으로 연구개발과 생산 설비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미국 임상도 시작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본사에서 만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사진)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20여 년간 숙원사업이던 상장 심사를 통과하고 이달 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어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비뇨기계 강자다. 2009년부터 9년 연속 피부과 처방 의약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70년 동구약품으로 출발해 국내 최초로 전립샘 치료제와 정장제를 출시했고 48년간 피부비뇨기과 전문의약품을 생산해왔다. 바이오벤처 노바셀테크놀로지를 인수하고 2014년 동구바이오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제약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화장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종합 헬스케어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다. 조 대표는 “제약과 바이오의 융합으로 진단 예방 치료관리 시장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토탈 헬스케어 리더’가 목표”라며 “코스닥 상장으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매출 1000억원 시대 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는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조 대표는 아버지 조동섭 회장이 창업한 동구약품을 연매출 100억원대에서 10배로 키웠다.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19.5%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2세 경영인이지만 사업을 물려받을 때부터 조 대표의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조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갑작스레 회사를 떠맡게 된 것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던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를 택했다. 1991년 입사 당시 나이는 25세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에 들어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했죠. 최신 시설의 공장이 있었는데도 입사 이듬해부터 매출이 매년 10%씩 곤두박질치더군요. 1997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3000여 개의 거래처가 1000여 개로 줄어들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이 병원 영업을 공격적으로 강화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거래처마저 빼앗겼다. “병원, 약사, 정부 부처와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시장 흐름을 빠르게 읽지 못했습니다. 이미 구축한 병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했다면 치고 나갈 좋은 기회였는데 놓쳤죠. 열심히 하는 것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차별화된 복제약이 성공 발판

조 대표는 대형 제약사들이 주목하지 않는 피부비뇨기과를 공략했다. 시장이 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사들까지 신약 경쟁이 치열했다. 피부비뇨기과는 시장 규모가 작아 진입이 수월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선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분야에서라도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죠.”

동구바이오제약은 기술로 승부했다. 향남제약단지에 1990년 설립한 중앙연구소에서 제약산업 기초가 되는 제형 연구에 몰두했다. 피부 보호막을 형성하고 보습 및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라멜라 액정 제형(MLE: Multi Lamella Emulsion) 기술도 확보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피부 가려움과 염증을 완화하는 ‘더모타손 MLE 크림’을 개발했다. 독일 셰링프라우의 ‘모멘타손크림’에 들어 있는 모메타손푸로에이트 성분에 MLE 기술을 접목한 제네릭(복제약)이다. 더모타손 MLE 크림은 오리지널약보다 효과가 좋다고 알려지면서 국내 처방 1위로 자리매김했다. 약물전달체계를 개선하는 플랫폼 기반 기술인 DDS(Drug Delivery System)도 동구바이오제약의 강점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에이클로 크림’은 우선판매권을 인정받아 9개월간 시장에서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

조 대표는 퍼스트 제네릭(가장 먼저 출시하는 복제약)과 개량 신약에 주력했다. 복제약은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퍼스트 제네릭인 팜톡(중증손습진), 사포그렌(항혈전제), 모사프리드(위장운동조절제)의 특허에 도전한다. 조 대표는 “제형과 기술을 다양화한 신제품을 신속히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전략이 통했다”며 “앞으로도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을 획득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비뇨기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내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소화기, 순환기질환 복합제 분야의 개량 신약도 개발 중이다. 제네릭 생산 경험이 축적되면서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에도 진출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국내 연질캡슐 생산액 2위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치매치료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있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위탁 생산 매출은 83억원을 기록, 2016년보다 453.4%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CMO사업 누적 매출액은 239억원으로 전년 매출(218억원)을 넘어섰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매출의 30% 이상을 CMO가 차지한다”며 “치매 치료 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치매 치료제 CMO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추출키트로 미국 진출

동구바이오제약은 의료기기와 화장품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엑스’는 올 상반기 당뇨병성 족부궤양과 관절염에 대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을 시작한다. 스마트엑스는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성형, 미용 또는 자가면역치료를 목적으로 환자에게 주입하는 1회용 의료기기다. 그는 “스마트엑스는 자기 지방을 추출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재현율이 높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통증, 난치질환, 다빈도 만성질환시장으로 응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을 할 계획입니다.”

스마트엑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통합규격인증마크) 등록을 마쳤다. 중국 의료기기 유통회사에 4년간 1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도 맺었다. 대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주입기인 ‘스마트Z’ 개발도 완료했다. 내년 신의료기술 등재를 목표로 국내 병원들과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부터 3D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 브랜드 ‘셀블룸’의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줄기세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셀블룸은 줄기세포 배양액에 범부채꽃, 용과 등 천연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으로 임상을 통해 주름개선, 미백, 보습강화 등의 효과를 입증했죠. 2016년 출시 후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점에 입점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50억원 규모의 중국 수출 계약을 맺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알릴 계획입니다.”

2020년 국내 30대 제약사로 도약

조 대표는 공모자금을 CMO 시설 투자와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금융기관 차입금 조기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포장기, 캡슐 질량 선별기 및 충전기 등 시설을 확충하고 생산동 리모델링과 연구동 증축에도 투자한다.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8개의 퍼스트 제네릭과 5개의 개량 신약 등 총 13개를 개발 중이다. 자회사인 펩타이드 R&D 전문기업 노바셀테크놀로지와 전략적인 시너지도 강화한다. 이 회사가 아토피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이 올해 임상에 진입한다.

조 대표는 상장을 통해 동구바이오제약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234억원으로 정했다. 임직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숫자마다 의미도 부여했다. 피부과 처방 1위, 신규 및 해외 2개 사업의 턴어라운드, 3대 연질 메이커, 종합순위 40위 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40위, 창립 50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30위 제약사로 우뚝 서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 피부과 처방 1위를 넘어 세계 피부과 1위를 할 때까지 계속 달릴 것입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