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나왔지만 연극배우 꿈 포기 못해요" 12회째 연극 오늘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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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출신들이 만든 극단 실극, 고뇌하는 사람 이야기 '잉여인간 이바노프' 공연
서울공대동문극회 극단 실극의 12회 공연 '잉여인간 이바노프'가 2월 1일부터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전공을 살려 대부분 건축이나 IT업계 등 이공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은 어느 배우 못지 않은 그들을 직접 만나러 리허설 현장을 찾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1학번인 최기창 교수는 "'잉여인간 이바노프'는 19세기 말 러시아를 시대적 배경으로 농장관리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바노프가 불치병에 걸린 아내 때문에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방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서 "복잡한 당시의 사회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와 교차하면서 진지하게 이 시대를 생각하고 성찰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건축과 70학번 김기호 교수는 "서울공대연극회의 출범은 1967년 12월 3일 남산드라마 센터에서 노만 바라슈/캐롤 무어의 합작인 '꽃을 사절합니다(弔花謝絶)'라는 연극이 당시의 서울공대생들에 의해 국내 초연을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공대에는 남자들만 있다보니 문화에 대해 소외돼 있다는 생각에 연극에 뜻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고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바쁜 현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연극무대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배경도 궁금했다.
건축과 교수로 재직중인 78학번 이상헌 교수는 "극단 실극 작품들은 작가, 연출가, 배우, 관객이 함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대상이 반영된 작품이 공연되어 진지하지만 매력있다"면서 "제가 맡은 역 이바노프는 가정의 불화, 이용당하는 자신, 건조한 세상으로 공허함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인간이 가진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캐릭터라 매력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사 외우는 게 가장 힘들지만 30년 차이나는 선후배가 모여 작업하다보니 가족같은 분위기도 들고 2달 간은 인물에 적응해가면서 온통 신경을 작품에만 집중하다보니 일상과는 또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다"라며 "공연이 끝나면 멀리 여행다녀온 느낌이 드는데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이라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대에 진학하면서 연극배우라는 조금은 결이 다른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IT 바이오 회사를 경영중인 금속학과 76학번 정인범 대표는 "고등학교 때 명동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미국 극작가의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연극반에 가입했다"면서 "이번 작품으로 처음 실극의 작품에 합류하게 돼서 연습하다보니 내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만 하고 듣는 기능이 퇴화돼 있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작품 이후에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가족들은 내가 대학시절 연극을 했었다는 걸 듣기만 하고 실제 본 적은 없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연극배우로서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한개를 이뤄낸 느낌이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초대 전문배우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염인섭 씨에게 이번 무대는 더욱 각별하다.
실극 회원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대를 이어 아버지가 속한 연극회에 동참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연극반 동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극단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죠.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아버지께서 '넌 뭘 하며 살고 싶냐'고 물으셔서 '영화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는데 보통 부모들이라면 펄쩍 뛰었겠지만 저희 아버지께서는 '정말 멋있는 꿈이다'라고 말해 주셨어요. 연극영화과에는 부모님과 싸우거나 울면서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전 아버지가 연극반 출신이시고 예술을 사랑하시는 분이라 큰 응원을 받았던 거죠. 비록 제가 제대하기 전 돌아가셔서 제가 무대 서는 모습은 보시진 못했지만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받아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 연극무대에 오르는 서울대 출신 배우 중에서는 막내 축에 속하는 공화 91학번 김광현 씨는 대기업 해외사업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낮에는 일하고 저녁이면 연습에 합류하며 회사원, 아빠, 배우 1인 3역을 하려니 몸은 힘들지만 다른 사람으로 생활해보는 재미가 있다"면서 "무대에 서는 주인공이 있고 단역도 있지만 배우는 물론 연출 및 스텝들이 모두 유연하게 서로 반응하면서 준비하는 과정이 우리 인생을 닮은 것 같아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서울공대 출신 동문들의 연극 단체인 '실극'은 학창시절 예술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졸업 이후 삶의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련함으로 연기와 공연 완성도는 점점 높이는 데 힘썼다.
특히 이번 12회 작품인 '잉여인간 아바노프'는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안톤 체홉의 작품 을 전훈 연출가에 의해 재해석한 작품으로 2월1일~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서울공대동문극회 극단 실극의 12회 공연 '잉여인간 이바노프'가 2월 1일부터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전공을 살려 대부분 건축이나 IT업계 등 이공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은 어느 배우 못지 않은 그들을 직접 만나러 리허설 현장을 찾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1학번인 최기창 교수는 "'잉여인간 이바노프'는 19세기 말 러시아를 시대적 배경으로 농장관리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바노프가 불치병에 걸린 아내 때문에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방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서 "복잡한 당시의 사회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와 교차하면서 진지하게 이 시대를 생각하고 성찰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건축과 70학번 김기호 교수는 "서울공대연극회의 출범은 1967년 12월 3일 남산드라마 센터에서 노만 바라슈/캐롤 무어의 합작인 '꽃을 사절합니다(弔花謝絶)'라는 연극이 당시의 서울공대생들에 의해 국내 초연을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공대에는 남자들만 있다보니 문화에 대해 소외돼 있다는 생각에 연극에 뜻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고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바쁜 현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연극무대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배경도 궁금했다.
건축과 교수로 재직중인 78학번 이상헌 교수는 "극단 실극 작품들은 작가, 연출가, 배우, 관객이 함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대상이 반영된 작품이 공연되어 진지하지만 매력있다"면서 "제가 맡은 역 이바노프는 가정의 불화, 이용당하는 자신, 건조한 세상으로 공허함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인간이 가진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캐릭터라 매력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사 외우는 게 가장 힘들지만 30년 차이나는 선후배가 모여 작업하다보니 가족같은 분위기도 들고 2달 간은 인물에 적응해가면서 온통 신경을 작품에만 집중하다보니 일상과는 또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다"라며 "공연이 끝나면 멀리 여행다녀온 느낌이 드는데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이라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대에 진학하면서 연극배우라는 조금은 결이 다른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IT 바이오 회사를 경영중인 금속학과 76학번 정인범 대표는 "고등학교 때 명동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미국 극작가의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연극반에 가입했다"면서 "이번 작품으로 처음 실극의 작품에 합류하게 돼서 연습하다보니 내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만 하고 듣는 기능이 퇴화돼 있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작품 이후에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가족들은 내가 대학시절 연극을 했었다는 걸 듣기만 하고 실제 본 적은 없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연극배우로서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한개를 이뤄낸 느낌이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초대 전문배우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염인섭 씨에게 이번 무대는 더욱 각별하다.
실극 회원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대를 이어 아버지가 속한 연극회에 동참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연극반 동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극단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죠.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아버지께서 '넌 뭘 하며 살고 싶냐'고 물으셔서 '영화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는데 보통 부모들이라면 펄쩍 뛰었겠지만 저희 아버지께서는 '정말 멋있는 꿈이다'라고 말해 주셨어요. 연극영화과에는 부모님과 싸우거나 울면서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전 아버지가 연극반 출신이시고 예술을 사랑하시는 분이라 큰 응원을 받았던 거죠. 비록 제가 제대하기 전 돌아가셔서 제가 무대 서는 모습은 보시진 못했지만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받아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 연극무대에 오르는 서울대 출신 배우 중에서는 막내 축에 속하는 공화 91학번 김광현 씨는 대기업 해외사업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낮에는 일하고 저녁이면 연습에 합류하며 회사원, 아빠, 배우 1인 3역을 하려니 몸은 힘들지만 다른 사람으로 생활해보는 재미가 있다"면서 "무대에 서는 주인공이 있고 단역도 있지만 배우는 물론 연출 및 스텝들이 모두 유연하게 서로 반응하면서 준비하는 과정이 우리 인생을 닮은 것 같아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서울공대 출신 동문들의 연극 단체인 '실극'은 학창시절 예술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졸업 이후 삶의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련함으로 연기와 공연 완성도는 점점 높이는 데 힘썼다.
특히 이번 12회 작품인 '잉여인간 아바노프'는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안톤 체홉의 작품 을 전훈 연출가에 의해 재해석한 작품으로 2월1일~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