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수놓은 벚꽃스파클링 꽃농부…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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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네이버 FARM
지난해 유통업계 히트 음료 중 하나는 ‘벚꽃 스파클링’이었다. 편의점 GS25가 작년 상반기 단독 상품으로 출시한 이 제품은 한 달만에 80만여개가 팔렸다. 매출은 약 8억원. 같은 기간 코카콜라보다 많이 판매됐다.
덕분에 사진 기반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서도 꽃 음료 인기는 뜨거웠다. 대구지역 카페 ‘오르다’, 시흥 북카페 겸 꽃집 ‘책피우다’ 등은 꽃 라테와 꽃 에이드를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꽃음료의 인기 뒤엔 꽃 농부가 있다. 경북 영주에서 2만6446㎡(약 8000평) 규모의 꽃나무를 키우는 장재영 우리꽃연구소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꽃잎을 농축해 만든 꽃 농축액을 기반으로 시럽과 청, 잼 등을 만들어 카페에 납품한다. 서울 제기동에 있는 우리꽃연구소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장미 한잔’을 권했다. 장미 비누나 캔들은 들어봤지만 장미 음료라니?
우유거품 속 장미는 진한 향긋함을 머금었다. 오미자 같은 신맛의 여운도 있다. 빨간색이라 딸기 맛이 날 것 같았지만 딸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장 대표는 “꽃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레시피”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형 전자업체에서 신기술기획 업무를 하다가 카드회사로 옮겨 마케팅 기획을 담당했다. 그가 꽃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때문이다. 장 대표는 2006년 꽃차 전문가인 송희자 명인이 쓴 ‘마음맑은 우리 꽃차’를 읽은 뒤 무작정 송 명인을 찾아갔다. 송 명인은 1994년부터 전남 담양에서 꽃차를 만들어온 전문가다. 현재 꽃차문화진흥협회를 설립해 회장도 맡고있다. “사업계획서를 써서 삼고초려했죠. 끈기와 정성을 알아준 송 선생님께서 꽃차 유통을 맡기셨어요. 유통업으로 시작한 거죠.”
그럭저럭 판매도 됐고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층도 생겼다.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직후 봄시즌엔 한 달간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절반 정도까지 벌었다. 그러나 3개월만에 상황이 바뀌었어요. 6~8월 비수기를 지내며 꽃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지 않았다. 그는 “초기의 위기를 겪으며 소비자들이 꾸준히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 다양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꽃차 종류를 늘리고 티백형태의 제품을 개발하면서 사업은 안정을 되찾았다.
장 대표는 좀 더 사업을 키우고 싶었다.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더 자주 꽃을 먹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송 선생님의 생각은 약간 달랐어요. 야생꽃을 채취한 후 꽃잎을 말려 차를 만드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길 원하셨죠. 결국 독립을 택했습니다.” 장 대표는 그 무렵 농부가 됐다. 경북 영주의 야산을 구매해 2010년부터 꽃 나무를 심었다. “영주를 선택했던 이유는 땅값이 쌌기 때문이에요. 다른 연고는 없습니다. 목련과 벚나무를 심었어요. 꽃잎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벚꽃이나 목련 등을 식용으로 재배하는 곳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리고 3~4년을 기다렸다. 2013년부터 벚꽃과 목련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기업들이 생산한 이른바 꽃 제품을 먹어봤는데 실망스럽더라고요. 사실상 꽃의 향과 맛이 아예 사라진 제품들이었죠.”
장 대표는 꽃을 넣은 가공식품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극소량의 꽃을 넣고 인공적인 꽃향기를 첨가하거나 맛은 과일로 내고 색을 내는 데 꽃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꽃이 중심이 되는 가공식품을 만들고 싶었다. “제대로 된 꽃잎 농축액을 만들기 위해서 온도와 시간, 압력 값을 바꿔가며 4년 동안 연구했어요. 배합기계만도 5대를 갈아 치웠죠. 어느 날 ‘정말 괜찮다’ 싶은 맛이 나왔는데 배합비가 확실하지 않은 거에요. 그 레시피 복원에 6개월을 더 쓴 끝에 지금의 꽃잎 농축액이 나왔습니다.” 장 대표는 이 꽃잎 농축액을 에스프레소라고 표현했다. 농축액 원액은 써서 못 먹을 정도라고 한다. 커피의 원액을 물에 희석하면 아메리카노, 우유와 함께 하면 카페라떼인 것처럼 그는 이 농축액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벌꿀 외에는 다른 것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벚꽃청, 장미청, 아카시아청 등 청 제품은 백화점 소비자를 겨냥했다. 레몬주스가 일부 첨가된 잼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팔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카페에 납품하는 코디얼(시럽의 일종)에는 인공적인 향이 일부 들어갑니다. 납품처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올해 초 GS25와 함께 개발한 벚꽃스파클링은 우리꽃연구소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장 대표는 “벚꽃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며 “국내 최대 수목원인 아침고요수목원과 제이드 가든에서도 우리꽃연구소의 제품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과 식초를 기반으로 한 선물세트를 내년 설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기로 계약도 맺었다. 장 대표는 꽃 가공식품으로 해외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가 부족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식품에도 영양만큼 감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꽃 가공식품은 영양과 감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카페에서 한국에서 자란 꽃으로 만든 꽃라떼와 꽃에이드를 파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155959735
덕분에 사진 기반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서도 꽃 음료 인기는 뜨거웠다. 대구지역 카페 ‘오르다’, 시흥 북카페 겸 꽃집 ‘책피우다’ 등은 꽃 라테와 꽃 에이드를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꽃음료의 인기 뒤엔 꽃 농부가 있다. 경북 영주에서 2만6446㎡(약 8000평) 규모의 꽃나무를 키우는 장재영 우리꽃연구소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꽃잎을 농축해 만든 꽃 농축액을 기반으로 시럽과 청, 잼 등을 만들어 카페에 납품한다. 서울 제기동에 있는 우리꽃연구소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장미 한잔’을 권했다. 장미 비누나 캔들은 들어봤지만 장미 음료라니?
우유거품 속 장미는 진한 향긋함을 머금었다. 오미자 같은 신맛의 여운도 있다. 빨간색이라 딸기 맛이 날 것 같았지만 딸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장 대표는 “꽃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레시피”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형 전자업체에서 신기술기획 업무를 하다가 카드회사로 옮겨 마케팅 기획을 담당했다. 그가 꽃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때문이다. 장 대표는 2006년 꽃차 전문가인 송희자 명인이 쓴 ‘마음맑은 우리 꽃차’를 읽은 뒤 무작정 송 명인을 찾아갔다. 송 명인은 1994년부터 전남 담양에서 꽃차를 만들어온 전문가다. 현재 꽃차문화진흥협회를 설립해 회장도 맡고있다. “사업계획서를 써서 삼고초려했죠. 끈기와 정성을 알아준 송 선생님께서 꽃차 유통을 맡기셨어요. 유통업으로 시작한 거죠.”
그럭저럭 판매도 됐고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층도 생겼다. 유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직후 봄시즌엔 한 달간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절반 정도까지 벌었다. 그러나 3개월만에 상황이 바뀌었어요. 6~8월 비수기를 지내며 꽃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지 않았다. 그는 “초기의 위기를 겪으며 소비자들이 꾸준히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 다양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꽃차 종류를 늘리고 티백형태의 제품을 개발하면서 사업은 안정을 되찾았다.
장 대표는 좀 더 사업을 키우고 싶었다.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더 자주 꽃을 먹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송 선생님의 생각은 약간 달랐어요. 야생꽃을 채취한 후 꽃잎을 말려 차를 만드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길 원하셨죠. 결국 독립을 택했습니다.” 장 대표는 그 무렵 농부가 됐다. 경북 영주의 야산을 구매해 2010년부터 꽃 나무를 심었다. “영주를 선택했던 이유는 땅값이 쌌기 때문이에요. 다른 연고는 없습니다. 목련과 벚나무를 심었어요. 꽃잎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벚꽃이나 목련 등을 식용으로 재배하는 곳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리고 3~4년을 기다렸다. 2013년부터 벚꽃과 목련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기업들이 생산한 이른바 꽃 제품을 먹어봤는데 실망스럽더라고요. 사실상 꽃의 향과 맛이 아예 사라진 제품들이었죠.”
장 대표는 꽃을 넣은 가공식품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극소량의 꽃을 넣고 인공적인 꽃향기를 첨가하거나 맛은 과일로 내고 색을 내는 데 꽃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꽃이 중심이 되는 가공식품을 만들고 싶었다. “제대로 된 꽃잎 농축액을 만들기 위해서 온도와 시간, 압력 값을 바꿔가며 4년 동안 연구했어요. 배합기계만도 5대를 갈아 치웠죠. 어느 날 ‘정말 괜찮다’ 싶은 맛이 나왔는데 배합비가 확실하지 않은 거에요. 그 레시피 복원에 6개월을 더 쓴 끝에 지금의 꽃잎 농축액이 나왔습니다.” 장 대표는 이 꽃잎 농축액을 에스프레소라고 표현했다. 농축액 원액은 써서 못 먹을 정도라고 한다. 커피의 원액을 물에 희석하면 아메리카노, 우유와 함께 하면 카페라떼인 것처럼 그는 이 농축액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벌꿀 외에는 다른 것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벚꽃청, 장미청, 아카시아청 등 청 제품은 백화점 소비자를 겨냥했다. 레몬주스가 일부 첨가된 잼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팔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카페에 납품하는 코디얼(시럽의 일종)에는 인공적인 향이 일부 들어갑니다. 납품처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올해 초 GS25와 함께 개발한 벚꽃스파클링은 우리꽃연구소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장 대표는 “벚꽃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며 “국내 최대 수목원인 아침고요수목원과 제이드 가든에서도 우리꽃연구소의 제품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과 식초를 기반으로 한 선물세트를 내년 설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기로 계약도 맺었다. 장 대표는 꽃 가공식품으로 해외 진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가 부족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식품에도 영양만큼 감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꽃 가공식품은 영양과 감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카페에서 한국에서 자란 꽃으로 만든 꽃라떼와 꽃에이드를 파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155959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