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정신 싹 자르고 산업 공동화 가속화될 것
기존 '성과공유제' 잘 살리는 것만으로 충분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우선 기업이 목표이익을 미리 설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설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은 경영전략 노출이다. 연결결산 법인은 목표이익 기준이 모호하다. 국내 사업장과 해외 사업장을 연결해 흑자를 볼 경우 이익은 해외에서 보고 이득은 국내 하청업체가 얻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이 ‘거저먹기’라는 것이다. 비용을 과대계상하고 목표를 자의적으로 높게 설정하면 얼마든지 회피할 수도 있다.
대기업의 1차 협력사는 수천 수만 개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 업체가 얼마나 목표 달성에 기여했는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TV 하나를 생산하는 데도 100여 개 이상의 부품이 소요되는데 그중 한두 개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는 제외해야 하는가. 컴프레서보다 단가는 낮지만 스마트홈 냉장고에 들어가는 집적회로(IC)처럼 기여도가 절대적인 경우 컴프레서와 IC 중 어느 것에 더 많은 현금 보상을 해야 하는가. 원가 공개가 반드시 필요한데 원가검증 단계에서 기술 유출과 경영 간섭의 부작용은 어떻게 할 텐가. 최종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설계 단계에서 판매까지의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어느 협력업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기업이 협력사로부터 물자를 조달할 때 이미 협력사의 기여도는 평가되고 단가에 선(先)반영된다. 그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했다 한들 협력사가 손해를 분담하지도 않는다. 기업 활동에는 수많은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있으며, 그 불확실한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는 데 대한 보수가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기업 이익이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함에는 이와 같은 위험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를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가 있다. 기업에 발생한 이익은 최종적으로 주주 몫이다. 주주 몫을 협력사에 재분배하라는 것은 주주 동의가 없이는 안 된다. 이것은 주주의 재산권 침해이기 때문이다. 이 법률이 가져오는 반(反)시장적 이익배분방식은 기업의 혁신 활동이나 효율성 제고, 신상품 개발과 같은 모험정신의 싹을 자를 것이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 수는 전체 중소기업의 20% 정도가 된다. 이익공유·배분제는 협력 중소기업에만 부여되는 특권이 된다. 이 제도 시행 후에는 협력 중소기업은 진입장벽을 더욱 공고히 해 신규 진입을 저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해외 협력사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도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90%에 해당한다. 이익을 공유하는 국내 협력업체보다는 이런 의무가 없는 해외 협력업체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산업의 공동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성과공유제’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 77개사가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는데 2017년 9월에는 283개사가 도입해 5년 만에 3.5배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했고 어느 정도 결실을 보고 있다. 성과공유제는 원가절감, 품질향상, 납기단축, 기술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가 현금보상, 단가보상, 장기계약, 지식재산권 공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이익공유·배분제는 다양한 방식의 성과공유 대신 반드시 ‘현금’으로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성과공유제를 잘 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경제정의에도 반하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이 법률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