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1년 새 두 계단 하락했다. 비교 대상 국가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하락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의 폐쇄적인 연구개발(R&D) 문화, 새로운 지식과 문화에 대한 소극적 태도 같은 장기적 악재 요인이 혁신역량 하락 원인으로 지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34개 분석대상국 중 7위를 차지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5위에서 두 계단 내려온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2006년부터 해마다 OECD 통계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자료를 활용해 OECD 주요 회원국의 혁신 수준과 강점·약점을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9위에서 2013년 8위, 2014년 7위,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5위에 올라서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다 이번 조사에선 다시 7위로 내려앉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 처음으로 이스라엘(3위)이 추가됐고 지난해 평소 비슷한 순위를 다투던 네덜란드에 밀려 순위가 두 계단 내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혁신역량을 떨어뜨리는 고질적 환경과 원인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연구원 수는 70.42명으로 3위권이지만 고급 두뇌인 이공계 박사 비중은 0.61%로 22위에 머문다. 최근 15년간 SCI(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수와 특허 등록 건수는 각각 10위와 4위로 나타났지만 R&D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28위, 연구원 1인당 논문 인용 수는 33위로 경제 성과와 지식 창출에선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경을 넘는 ‘오픈 이노베이션’ 등과 같은 기업 간 협력이 늘고 있는데도 국내 기업의 독불장군식 개발 풍토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 비중은 28위, 기업 간 기술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26위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벤처 창업 열기와 움직임을 가늠하는 창업활동지수도 23위에 머문다. 혁신적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새로운 문화에 대한 태도, 과학 교육을 강조하는 정도가 29위와 21위에 그쳐 장기적 측면에서 과학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