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료방송 사업재편 꼬인 실타래… "이젠 공정위가 풀어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치적 판단·일관성 없는 정책에
CJ헬로 매각 수년째 표류
케이블TV 방송국 '고사 위기'
더이상 공정위 뒤에 숨지 말고
과기부도 정책적 결단 내려야
CJ헬로 매각 수년째 표류
케이블TV 방송국 '고사 위기'
더이상 공정위 뒤에 숨지 말고
과기부도 정책적 결단 내려야
‘플랫폼 사업은 정리하고 콘텐츠 사업에 집중한다.’
미디어 사업에 대한 CJ그룹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지난해 말까지 케이블TV 방송국(SO) 자회사 CJ헬로(옛 CJ헬로비전) 매각을 마무리하고, 올해 CJ E&M과 CJ 오쇼핑을 합병해 ‘콘텐츠+커머스’ 사업 글로벌화에 시동을 건다는 시간표도 짜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4위에 머물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1위 SO인 CJ헬로 인수를 추진해왔다. 선택과 집중, 규모의 경제, 자발적·선제적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CJ헬로 인수합병(M&A) 거래는 해를 넘긴 뒤 지지부진해졌다. CJ그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다. 이유는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이다.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CJ는 CJ헬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려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무산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상처가 깊었다. 또다시 거래를 추진하다 ‘금’이 가면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정위가 허가해줄 것이란 확답을 원한 이유다.
문제는 CJ에 그치지 않는다. 2위 SO 티브로드, 3위 SO 딜라이브 등 사겠다는 사람만 있다면 팔고 싶다는 SO 사업자가 줄을 섰다. ‘전국구’ IPTV에 밀려 성장성은 둔화되고 수익성은 나빠져서다. 국내 SO들의 방송수신료 매출은 매년 10% 넘게 줄어들고 있다.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다. 이들이 원하는 건 가입자다.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규모의 경제다. 투자는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진다. 방송용 셋톱박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가정에 경쟁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그런데 SO들은 “퇴로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타래를 꼬아놓은 건 공정위다.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를 인수하면 CJ헬로가 영업하고 있는 방송 권역 23곳 중 21곳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며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IPTV 사업자의 SO 인수도 불가능하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SO들에 공정위가 ‘고사(枯死) 선고’를 내린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책의 일관성도 떨어진다. 공정위는 지역 SO 간 M&A는 계속 허용해왔다. 지역 내 독점적 사업권을 인정해서다.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를 최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일부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데도 공정위는 ‘조건부 허용’ 결정을 내렸다.
이래서 ‘2016년의 불허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말이 아직도 나온다. 이제 공정위가 먼저 나서 실타래를 풀 때가 됐다. 이전 정권의 결정에서 자유로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류 변화’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이자 기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미디어 기업 간 M&A는 ‘공정위와의 협의’를 거쳐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가하도록 돼 있다. 더 이상 공정위의 등 뒤에 숨어 있지 말고 과기정통부가 산업 정책적 결단을 내릴 때다.
유창재 증권부 기자 yoocool@hankyung.com
미디어 사업에 대한 CJ그룹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지난해 말까지 케이블TV 방송국(SO) 자회사 CJ헬로(옛 CJ헬로비전) 매각을 마무리하고, 올해 CJ E&M과 CJ 오쇼핑을 합병해 ‘콘텐츠+커머스’ 사업 글로벌화에 시동을 건다는 시간표도 짜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4위에 머물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1위 SO인 CJ헬로 인수를 추진해왔다. 선택과 집중, 규모의 경제, 자발적·선제적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CJ헬로 인수합병(M&A) 거래는 해를 넘긴 뒤 지지부진해졌다. CJ그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다. 이유는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이다.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CJ는 CJ헬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려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무산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상처가 깊었다. 또다시 거래를 추진하다 ‘금’이 가면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정위가 허가해줄 것이란 확답을 원한 이유다.
문제는 CJ에 그치지 않는다. 2위 SO 티브로드, 3위 SO 딜라이브 등 사겠다는 사람만 있다면 팔고 싶다는 SO 사업자가 줄을 섰다. ‘전국구’ IPTV에 밀려 성장성은 둔화되고 수익성은 나빠져서다. 국내 SO들의 방송수신료 매출은 매년 10% 넘게 줄어들고 있다.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다. 이들이 원하는 건 가입자다.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규모의 경제다. 투자는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진다. 방송용 셋톱박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가정에 경쟁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그런데 SO들은 “퇴로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타래를 꼬아놓은 건 공정위다.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를 인수하면 CJ헬로가 영업하고 있는 방송 권역 23곳 중 21곳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며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IPTV 사업자의 SO 인수도 불가능하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SO들에 공정위가 ‘고사(枯死) 선고’를 내린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책의 일관성도 떨어진다. 공정위는 지역 SO 간 M&A는 계속 허용해왔다. 지역 내 독점적 사업권을 인정해서다.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를 최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일부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데도 공정위는 ‘조건부 허용’ 결정을 내렸다.
이래서 ‘2016년의 불허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말이 아직도 나온다. 이제 공정위가 먼저 나서 실타래를 풀 때가 됐다. 이전 정권의 결정에서 자유로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류 변화’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이자 기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미디어 기업 간 M&A는 ‘공정위와의 협의’를 거쳐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가하도록 돼 있다. 더 이상 공정위의 등 뒤에 숨어 있지 말고 과기정통부가 산업 정책적 결단을 내릴 때다.
유창재 증권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