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품행을 일컬을 때 흔히 행동거지(行動擧止)라는 말을 쓴다. 비슷한 맥락으로 행좌거지(行坐擧止)라는 성어도 있다. 걷고(行) 앉음(坐), 움직이고(擧) 멈춤(止)의 엮음이다. 이로써 사람이 일상에서 행하는 예절의 일반을 가리켰다.
여기에서 나오는 거지(擧止)가 행지(行止)다. 이를테면 나아가고 멈추는 일, 즉 진퇴(進退)와 다를 바 없다. 행위에는 적절함이 따라야 문제가 적다.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일은 분란을 불러 국면(局面)이 옳게 나아가는 방향을 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의 행지, 진퇴는 그래서 아주 중요하다. 무조건 제 세력을 믿고 나아가다 결정적인 패착을 두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싸움의 주체로서는 나아가고 멈춤의 때를 잘 가려야 살 수 있다.그러나 나아감보다는 물러섬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욕심을 꺾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知止(지지)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다. 유가의 경전 《대학(大學)》에서는 ‘멈춤을 알아야 제자리를 잡고, 자리를 잡아야 고요해진다(知止而後定, 定而後靜)’는 구절이 나온다. 나아감에 비춰 더 어려운 물러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래서 知止(지지)는 知足(지족)과 맥락이 비슷하다. 족함을 알아 과도한 행위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일이다. 말이 쉬울 뿐, 정말 어렵다. 그래서 두 단어는 경구에 자주 등장한다.
성추행으로 망신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 나아가되 멈춰 발길을 되돌리는 일에 경각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수양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 운영에서도 나아가고 물러서는 일을 잘 따져야 한다. 그를 헤아리지 못할 경우 닥치는 것은 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유곡(進退維谷)의 암담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