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 자동차 사고도 산재보험 신청하라"는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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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실 100% 자동차 사고까지 산재보험 처리?
과실 여부 안따지고 치료비
사업주가 낸 보험료로 '생색'
고용부, 출퇴근 자동차 사고에
올해부터 산재보험 적용
과실률 상관없이 전액 보상
보험료 할증도 피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 처리보다 근로자 유리
부정수급 가능성 크고 산재보험 재정 악화 우려도
본인과실 100% 자동차 사고까지 산재보험 처리?
과실 여부 안따지고 치료비
사업주가 낸 보험료로 '생색'
고용부, 출퇴근 자동차 사고에
올해부터 산재보험 적용
과실률 상관없이 전액 보상
보험료 할증도 피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 처리보다 근로자 유리
부정수급 가능성 크고 산재보험 재정 악화 우려도
정부가 “출퇴근길에 교통사고가 나면 일반 보험 대신 자기과실 여부를 안 따지는 산재보험을 신청하라”며 출퇴근길 사고의 산업재해 처리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자기과실과 상관없이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는 산재보험은 전적으로 사업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사업주가 전액 내는 보험료로 정부가 생색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보험금 부정 수급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기 전에 홍보부터 나서 보험기금 고갈을 재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는 ‘출퇴근 중 발생한 자동차사고, 산재로 신청하세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산재보험은 운전자의 과실·기한과 관계없이 치료비를 지급하고 연금(장해·유족급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보험에 없는 재요양제도, 합병증 관리제도 등을 통해 치료 뒤에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신청을 독려했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한 사업체 임원은 “모호한 규정과 지나치게 넓은 보상 범위 때문에 ‘묻지마 신청’이 늘어나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기업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며 “영세 기업의 산재보험 부담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 요인이 급증하는데 산재보험 비용까지 더해지면 영세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하란 거냐”고 따져 물었다. 출퇴근 사고에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면 근로자로선 굳이 마다할 일이 아니다. 자기 과실에 상관없이 일반 보험보다 많은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100% 부담해야 하는 만큼 사업주엔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때문에 학계와 재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홍보에 앞서 부정수급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퇴근 시 재해는 사업장 밖에서 일어난 사고인 데다 자기 과실을 따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보험사기나 부정수급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기업체 대표는 “과실을 따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묻지마 신청’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며 “산재 보상범위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직원들이 회사 눈치 안 보고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실 100%도 전액 보상
출퇴근 사고 산재 처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출퇴근 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재보험은 고의성만 없다면 치료비와 치료 기간의 휴업급여(평균 임금의 70%)를 완치될 때까지 지급한다. 하루평균 임금 10만원인 근로자 A씨가 퇴근 중 졸음운전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 80%의 과실이 적용됐다고 가정해보자. 진료비 75만원이 들고 90일간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반 자동차 보험이라면 치료비와 입원비의 20%를 적용해 16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적용하면 치료비 전액(75만원)과 휴업급여 630만원 등 705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재요양, 합병증 예방관리 비용도 별도로 지원해준다.
자동차 보험은 환자와의 합의를 시도해 보상비를 낮추고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만 산재보험은 별도의 합의 시도도 하지 않는다.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와 휴업수당을 무기한 지급한다. 출퇴근 시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묻지마 신청’이 급증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부정수급 등 보험사기 대책도 허술하다. 산재 보상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부정수급 가능성의 사후조사를 35명이 담당한다. 일반 자동차 보험회사의 보험사기 등을 조사하는 보험조사부(SIU)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사의 SIU는 대부분 경찰 출신 전문가가 자동차 사고에 특화해 조사하는 데 비해 근로복지공단은 작업장 내 산재 등 연간 10만 건의 신청 건수에서 부정수급 가능성을 찾아내려다 보니 출퇴근 교통사고의 부정수급을 포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로복지공단이 출퇴근 사고 산재 처리 시행에 맞춰 530명가량의 인원을 채용할 방침이지만 대부분 접수, 기초조사 등 비전문 영역이다.
◆산재보험 수급자 지속 증가
정부가 산재 처리 대상을 확대하는 동안 산재보험 지급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3조6254억원 수준이던 산재보험 지급 규모는 5년 새 4조791억원(2016년 기준)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출퇴근 시 사고 등으로 산재보험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작년 편성(4조4391억원) 규모보다 13.4%나 늘어난 5조346억원이 편성됐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증가하는 점도 산재 보상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 업체의 산재는 최저임금 기준으로 보상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재 신청 건수는 이미 10만 건에 가깝다. 작년 기준 9만8093명이 산재 보상을 신청했고 이 중 승인율이 89.5%(8만7792명)에 달했다. 신청자의 90% 가까이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사업주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산재기금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
하지만 자기과실과 상관없이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는 산재보험은 전적으로 사업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사업주가 전액 내는 보험료로 정부가 생색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보험금 부정 수급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기 전에 홍보부터 나서 보험기금 고갈을 재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는 ‘출퇴근 중 발생한 자동차사고, 산재로 신청하세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산재보험은 운전자의 과실·기한과 관계없이 치료비를 지급하고 연금(장해·유족급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보험에 없는 재요양제도, 합병증 관리제도 등을 통해 치료 뒤에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신청을 독려했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한 사업체 임원은 “모호한 규정과 지나치게 넓은 보상 범위 때문에 ‘묻지마 신청’이 늘어나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기업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며 “영세 기업의 산재보험 부담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 요인이 급증하는데 산재보험 비용까지 더해지면 영세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하란 거냐”고 따져 물었다. 출퇴근 사고에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면 근로자로선 굳이 마다할 일이 아니다. 자기 과실에 상관없이 일반 보험보다 많은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100% 부담해야 하는 만큼 사업주엔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때문에 학계와 재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홍보에 앞서 부정수급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퇴근 시 재해는 사업장 밖에서 일어난 사고인 데다 자기 과실을 따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보험사기나 부정수급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기업체 대표는 “과실을 따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묻지마 신청’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며 “산재 보상범위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직원들이 회사 눈치 안 보고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실 100%도 전액 보상
출퇴근 사고 산재 처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출퇴근 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재보험은 고의성만 없다면 치료비와 치료 기간의 휴업급여(평균 임금의 70%)를 완치될 때까지 지급한다. 하루평균 임금 10만원인 근로자 A씨가 퇴근 중 졸음운전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 80%의 과실이 적용됐다고 가정해보자. 진료비 75만원이 들고 90일간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반 자동차 보험이라면 치료비와 입원비의 20%를 적용해 16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적용하면 치료비 전액(75만원)과 휴업급여 630만원 등 705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재요양, 합병증 예방관리 비용도 별도로 지원해준다.
자동차 보험은 환자와의 합의를 시도해 보상비를 낮추고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만 산재보험은 별도의 합의 시도도 하지 않는다.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와 휴업수당을 무기한 지급한다. 출퇴근 시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묻지마 신청’이 급증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부정수급 등 보험사기 대책도 허술하다. 산재 보상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부정수급 가능성의 사후조사를 35명이 담당한다. 일반 자동차 보험회사의 보험사기 등을 조사하는 보험조사부(SIU)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사의 SIU는 대부분 경찰 출신 전문가가 자동차 사고에 특화해 조사하는 데 비해 근로복지공단은 작업장 내 산재 등 연간 10만 건의 신청 건수에서 부정수급 가능성을 찾아내려다 보니 출퇴근 교통사고의 부정수급을 포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로복지공단이 출퇴근 사고 산재 처리 시행에 맞춰 530명가량의 인원을 채용할 방침이지만 대부분 접수, 기초조사 등 비전문 영역이다.
◆산재보험 수급자 지속 증가
정부가 산재 처리 대상을 확대하는 동안 산재보험 지급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3조6254억원 수준이던 산재보험 지급 규모는 5년 새 4조791억원(2016년 기준)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출퇴근 시 사고 등으로 산재보험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작년 편성(4조4391억원) 규모보다 13.4%나 늘어난 5조346억원이 편성됐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증가하는 점도 산재 보상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 업체의 산재는 최저임금 기준으로 보상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재 신청 건수는 이미 10만 건에 가깝다. 작년 기준 9만8093명이 산재 보상을 신청했고 이 중 승인율이 89.5%(8만7792명)에 달했다. 신청자의 90% 가까이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사업주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산재기금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