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개헌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1일 개헌안 당론 마련에 착수한 민주당에 맞서 한국당도 이달 중 전문가 토론과 국민대토론회를 거쳐 개헌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투표 시기를 두고 여야가 ‘동상이몽’ 수준의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어 실제 논의가 진척될지는 미지수다. 개헌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원과 당원·국민 대상의 개헌여론조사를 공유하고 사회·경제, 지방분권 분야에 대한 의견수렴과 당론 확정 작업에 들어갔다. 초미의 관심인 권력구조와 선거구제는 현행 대통령제의 권한을 대폭 분산한 ‘4년 중임제’와 정당득표율로 총 의석수를 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상을 위해 당론 확정은 보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의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국민중심 개헌과 방향 및 해법이 일치하는 긍정적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가장 선호하는 권력구조로 꼽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자체 개헌안을 2월 말 내놓겠다고 했는데 2월 말은 협상을 마무리할 시점”이라며 “2월 말 제출은 개헌과 지방선거 동시투표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월 중순까지 한국당이 자체 안을 내놓고 2월 말까지 협상을 타결짓자”고 제안했다.

한국당은 설 연휴 전에 전문가토론회를 연 뒤 국민대토론회 과정을 거쳐 단일안을 2월 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 불발 시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2월 안에 개헌안을 마련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회가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3월 중 정부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뿐 아니라 권력구조에 대한 내용도 담길 것”이라며 “권력구조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크면 이를 제외하고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당초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시행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개헌 대 반개헌’으로 구도가 잡히면 지방선거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고 개헌이 무산되면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고 판단,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 한국당 내에서 아직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다만 외치(대통령)와 내치(국무총리)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이 유력하다. 대통령 권한을 크게 약화시킨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으로 여당이 선호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관제 개헌을 넘어 국민 개헌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나타난 대통령 중심제를 넘어 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해서도 자체 안을 준비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전날 당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지방정부 요청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자치조직권과 자치재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유승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