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새로운 범죄사실을 다루기보다 1심에 나온 법리 공방에 집중했다. 2014년 9월12일 오후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 ‘0차 독대’ 의혹 정도가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기된 쟁점이었다.
5일 선고 항소심 최대 변수는 '묵시적 청탁'에 대한 법리 판단
법조계는 기존 사실관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만큼 항소심의 최종 결과는 재판부의 법리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가 항소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에 대한 무죄 선고 혹은 감형이 이뤄질지 여부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일 때 가능하다. 항소심에서 2년이 감형되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죄 등 총 다섯 가지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국회 위증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를 일부 유죄로 결론냈다.

이 가운데 뇌물죄에 대한 판단 여부가 전체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뇌물죄 혐의는 크게 △정유라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재단 지원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가 뇌물죄 혐의에 대한 판단을 바꾸면 이 부회장은 감형을 바라볼 수 있다. 뇌물공여 혐의 액수가 달라지면 횡령, 범죄수익 은닉 등 다른 혐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없었지만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1심 재판부 법리를 항소심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핵심 변수다. 대형로펌의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엄격한 법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1심과 완전히 다른 판단이 나올 여지도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말 소유권에 대한 판단도 선고 결과를 가를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말 소유권이 삼성 측에 있다고 인정되면 승마 지원 및 컨설팅 명목 비용 등이 뇌물이 아닌 게 된다”고 말했다.

특검의 잦은 공소장 변경도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은 1심과 항소심을 합쳐 총 네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끼워 맞추기식’ 공소 유지를 하고 있다는 싸늘한 시각과 그만큼 혐의 입증을 위해 필사적이라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