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타워팰리스의 굴욕, 주변 아파트보다 10억이나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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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10억 떨어졌다.
2000년대 중반 부의 상징으로 꼽혔던 초호화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얘기다. ‘서초아크로비스타’ ‘잠실 롯데캐슬골드’ 등 강남권 다른 주상복합들도 10년 전보다 적게는 2~3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연일 규제책을 내놓을 만큼 강남 집값 폭등 현상이 심각함에도 2000년대 중후반 시장을 리드했던 강남권 최고급 주상복합 가격은 여전히 최고점 대비 10억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 도곡동 평균에도 못미쳐
3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1차(2002년 입주) 전용 137㎡는 지난달 18억4000만원(20층)에 실거래 됐다. 2007년 11월 18억9500만원(15층)에 비해 층수는 높지만 가격은 떨어졌다.
전용면적이 넓을수록 하락폭은 더욱 크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64㎡는 2007년 4월 28억원(54층)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7월에는 19억2000만원(51층)까지 떨어졌다. 10년 간 9억80000만원 가량 집값이 하락했다.
지역 내에서도 옛 명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도곡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래미안도곡카운티로 3.3㎡ 당 4686만원이다. 이어 개포한신(4587만원), 도곡렉슬(4580만원), 개포우성4차(4296만원), 도곡동삼성래미안(4019만원) 순이다. 타워팰리스 1차의 3.3㎡ 당 평균 시세는 3323만원으로 낮은 편이다. 3차는 3290만원, 2차는 3049만원으로 더 낮다. 도곡동 아파트 전체 평균인 3491만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맞은 편에 37층 높이로 우뚝 선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용 101㎡ 기준 시세가 10년 사이 14억1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하락했다.
잠실역세권 주상복합 ‘롯데캐슬 골드(2005년 입주)’ 전용 148㎡ 역시 2008년 1월 18억9750만원에서 이달 14억1000만원으로 급락했다. 강남권 각 구를 대표하는 고급 주상복합 대부분이 아직 전고점조차 회복하지 못하거나 전고점을 한참 밑돌고 있는 것이다.
◆ 일반아파트·재건축 폭등과는 대조적
주상복합과 달리 인근 일반 아파트와 재건축대상 아파트들은 2007년 기록한 전고점을 훌쩍 넘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84㎡는 2007년 8월 14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2017년 9월에는 13억4500만원에 거래돼 1억 가량 떨어졌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삼성래미안아파트의 같은 평형은 이 기간 10억6000만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1억 이상 뛰었다. 맞은편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동일 주택형과의 격차는 10억이상 벌어졌다. 이 이파트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에 실거래된 데 이어 24억원까지 호가한다. 이 주택형 전세 매물 호가도 타워팰리스 동일평형 매매가격과 비슷한 13억5000만원이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수직상승한 노후 아파트들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타워팰리스와 한 블록 떨어진 개포한신 전용 83㎡ 시세는 이달 기준 14억9000만원 정도로, 10년 전 10억7500만원보다 4억 이상 폭등한 상태다. 그러나 이 기간 타워팰리스 전용 84㎡는 12억9000만원에서 13억으로 1000만원 반등하는 데 그쳤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2000년대 지어진 주상복합은 관리비가 비싸고 환기, 통풍 등이 어려운 구조적 단점이 있다”면서 “상가 이용객들과 동선이 겹치는 등 실거주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아 선호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2000년대 지어진 초호화 주상복합 단지 대부분이 입주 10년이 넘어가면서 주변 새 아파트에 수요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계속 늙어가는 중인데 대지지분이 평형없이 적어 재건축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 약점 개선한 신도시 주상복합은 인기
강남 고급 주상복합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위례, 판교, 광교 등 신도시에서는 여전히 주상복합에 대한 문의가 많다. 위례신도시는 트램(위례선) 라인 주변 주상복합들이 지역 시세를 리드하는 모양새다.
위례선(트램) 중앙역과 함께 핵심 상업시설로 개발되는 트랜짓몰 주변으로 ‘위례 중앙 푸르지오’, ‘위례 아이파크 1·2차’ ‘송파 와이즈더샵’ ‘위례 힐스테이트’ ‘위례 아이파크 2차’ 등 브랜드 주상복합이 밀집해있다. ‘송파 와이즈더샵’ ‘위례 중앙 푸르지오’의 3.3㎡ 당 평균 시세는 각각 2933만원, 2788만원으로 송파구 장지동 아파트 평균(2689만원)을 크게 웃돈다. 판교역 역세권에 위치한 주상복합 '알파리움'은 백현동 시세를 주도하는 단지로 꼽힌다. 전용 124㎡ 매매가는 12억1205만원 정도로 입지기 비슷한 일반 아파트인 백현마을 전용 126㎡의 10억6725만원을 웃돈다.
광교중앙역 바로 앞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도 광교신도시 시세를 이끄는 랜드마크 단지다. 2015년 입주 당시 6억원 수준이었던 전용 84㎡ 평균 시세가 입주 3년차에 접어든 현재 7억30000만원까지 뛰었다. SRT 동탄역 초역세권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동탄역 롯데캐슬’은 지난달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위례신도시 금탑공인 유영금 대표는 “상복합과 일반 아파트가 모두 판상형 구조로 지어져서 수요자들 사이에 주상복합을 꺼리는 분위기가 없다”면서 “오히려 젋은 사람들은 역세권에 위치하고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는 주상복합을 훨씬 많이 찾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공급되는 주상복합은 상가동을 따로 지어 입주민과의 동선을 분리하고 환기와 통풍이 가능한 설계를 도입하는 등 과거 주상복합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대폭 개선했다”며 “관리비도 일반아파트 관리비 수준으로 저렴해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2000년대 중반 부의 상징으로 꼽혔던 초호화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얘기다. ‘서초아크로비스타’ ‘잠실 롯데캐슬골드’ 등 강남권 다른 주상복합들도 10년 전보다 적게는 2~3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연일 규제책을 내놓을 만큼 강남 집값 폭등 현상이 심각함에도 2000년대 중후반 시장을 리드했던 강남권 최고급 주상복합 가격은 여전히 최고점 대비 10억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 도곡동 평균에도 못미쳐
3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1차(2002년 입주) 전용 137㎡는 지난달 18억4000만원(20층)에 실거래 됐다. 2007년 11월 18억9500만원(15층)에 비해 층수는 높지만 가격은 떨어졌다.
전용면적이 넓을수록 하락폭은 더욱 크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64㎡는 2007년 4월 28억원(54층)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7월에는 19억2000만원(51층)까지 떨어졌다. 10년 간 9억80000만원 가량 집값이 하락했다.
지역 내에서도 옛 명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도곡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래미안도곡카운티로 3.3㎡ 당 4686만원이다. 이어 개포한신(4587만원), 도곡렉슬(4580만원), 개포우성4차(4296만원), 도곡동삼성래미안(4019만원) 순이다. 타워팰리스 1차의 3.3㎡ 당 평균 시세는 3323만원으로 낮은 편이다. 3차는 3290만원, 2차는 3049만원으로 더 낮다. 도곡동 아파트 전체 평균인 3491만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맞은 편에 37층 높이로 우뚝 선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용 101㎡ 기준 시세가 10년 사이 14억1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하락했다.
잠실역세권 주상복합 ‘롯데캐슬 골드(2005년 입주)’ 전용 148㎡ 역시 2008년 1월 18억9750만원에서 이달 14억1000만원으로 급락했다. 강남권 각 구를 대표하는 고급 주상복합 대부분이 아직 전고점조차 회복하지 못하거나 전고점을 한참 밑돌고 있는 것이다.
◆ 일반아파트·재건축 폭등과는 대조적
주상복합과 달리 인근 일반 아파트와 재건축대상 아파트들은 2007년 기록한 전고점을 훌쩍 넘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84㎡는 2007년 8월 14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2017년 9월에는 13억4500만원에 거래돼 1억 가량 떨어졌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삼성래미안아파트의 같은 평형은 이 기간 10억6000만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1억 이상 뛰었다. 맞은편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동일 주택형과의 격차는 10억이상 벌어졌다. 이 이파트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에 실거래된 데 이어 24억원까지 호가한다. 이 주택형 전세 매물 호가도 타워팰리스 동일평형 매매가격과 비슷한 13억5000만원이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수직상승한 노후 아파트들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타워팰리스와 한 블록 떨어진 개포한신 전용 83㎡ 시세는 이달 기준 14억9000만원 정도로, 10년 전 10억7500만원보다 4억 이상 폭등한 상태다. 그러나 이 기간 타워팰리스 전용 84㎡는 12억9000만원에서 13억으로 1000만원 반등하는 데 그쳤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2000년대 지어진 주상복합은 관리비가 비싸고 환기, 통풍 등이 어려운 구조적 단점이 있다”면서 “상가 이용객들과 동선이 겹치는 등 실거주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아 선호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2000년대 지어진 초호화 주상복합 단지 대부분이 입주 10년이 넘어가면서 주변 새 아파트에 수요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계속 늙어가는 중인데 대지지분이 평형없이 적어 재건축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 약점 개선한 신도시 주상복합은 인기
강남 고급 주상복합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위례, 판교, 광교 등 신도시에서는 여전히 주상복합에 대한 문의가 많다. 위례신도시는 트램(위례선) 라인 주변 주상복합들이 지역 시세를 리드하는 모양새다.
위례선(트램) 중앙역과 함께 핵심 상업시설로 개발되는 트랜짓몰 주변으로 ‘위례 중앙 푸르지오’, ‘위례 아이파크 1·2차’ ‘송파 와이즈더샵’ ‘위례 힐스테이트’ ‘위례 아이파크 2차’ 등 브랜드 주상복합이 밀집해있다. ‘송파 와이즈더샵’ ‘위례 중앙 푸르지오’의 3.3㎡ 당 평균 시세는 각각 2933만원, 2788만원으로 송파구 장지동 아파트 평균(2689만원)을 크게 웃돈다. 판교역 역세권에 위치한 주상복합 '알파리움'은 백현동 시세를 주도하는 단지로 꼽힌다. 전용 124㎡ 매매가는 12억1205만원 정도로 입지기 비슷한 일반 아파트인 백현마을 전용 126㎡의 10억6725만원을 웃돈다.
광교중앙역 바로 앞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도 광교신도시 시세를 이끄는 랜드마크 단지다. 2015년 입주 당시 6억원 수준이었던 전용 84㎡ 평균 시세가 입주 3년차에 접어든 현재 7억30000만원까지 뛰었다. SRT 동탄역 초역세권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동탄역 롯데캐슬’은 지난달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위례신도시 금탑공인 유영금 대표는 “상복합과 일반 아파트가 모두 판상형 구조로 지어져서 수요자들 사이에 주상복합을 꺼리는 분위기가 없다”면서 “오히려 젋은 사람들은 역세권에 위치하고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는 주상복합을 훨씬 많이 찾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공급되는 주상복합은 상가동을 따로 지어 입주민과의 동선을 분리하고 환기와 통풍이 가능한 설계를 도입하는 등 과거 주상복합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대폭 개선했다”며 “관리비도 일반아파트 관리비 수준으로 저렴해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