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옥죄는 첫번째 타깃이 된 은행의 가상계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과연 정부는 왜 가상계좌를 그렇게 싫어했는지, 가상계좌를 실명확인 계좌로 바꾸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원래 가상계좌는 학교 등록금이나 공과금 등 수납을 위해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런 수납 서비스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서 예외를 인정해준다.

입금 여부만 확인할 뿐 입금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라는 대학교가 B라는 학생의 등록금을 받을 목적으로 가상계좌를 운영할 때 B는 물론이고 B의 부모인 C, B의 친구인 D 혹은 익명의 후원자 E가 등록금을 입금해도 입금됐다는 사실만 기록에 남을 뿐 누가 입금을 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런 계좌를 고객의 자금 입금 계좌로 활용하면 다양한 불법행위를 덮을 수 있는 보호막이 된다.

거래소는 가상계좌로 자금이 들어오면 그 자금을 누가 넣었는지 상관하지 않고 가상계좌에 연결된 이용자에게 넣어주는데 이 과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례로 F라는 사람이 G의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로 자금을 입금하고 G가 가상화폐 거래를 몇 번 한 후 G의 다른 통장으로 출금을 했을 때 제대로 된 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결국 F의 자금이 G에게 전달되지만 F의 계좌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자금 이체 내역만 남고 G의 계좌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자금 이체 기록만 남는다.

즉 F가 G에게 자금을 보냈다는 기록이 어디에도 없다.
자금 이동 기록이 남지 않는 이런 거래는 조세 포탈이나 자금 세탁 가능성을 높인다.

부친이 자녀의 가상계좌로 거액의 자금을 입금했다면 상속·증여세를 피해 가는 수단이 되고, 해외에서 마약을 판 자금을 가상계좌를 통해 자금세탁해 국내로 전달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화폐 거래 6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조세포탈이나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다수 발견하고 수사당국에 최근 관련 자료를 넘긴 바 있다.

금융당국이 30일부터 시행된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는 거래자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가 동일한 은행일 때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입금한 사람과 입금받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게 남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