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D-1…뇌물죄 판단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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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여부 따라 타혐의 결과 바뀔수도
특검 잦은 공소장 변경…"끼워맞추기 수사"
"후계자 승계 위해 청탁할 이유 없어"
특검 잦은 공소장 변경…"끼워맞추기 수사"
"후계자 승계 위해 청탁할 이유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세 달간 진행된 항소심은 총 17차례 공판이 열렸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 과정에서 총 4차례 변경된 공소장에 대한 재판부의 법리 판단과 '묵시적 청탁'에 대한 인정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오는 5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항소심 공판을 진행하는 동안 특검은 1심에서 공소장을 한 차례 바꾼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세 번에 걸쳐 공소 사실을 바꿔가며 공세를 펼쳤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1심에서처럼 ▲뇌물이 아닌 강요에 의한 지원이었고 ▲독대 당시 부정한 청탁이 없었으며 ▲포괄적 경영권 승계는 프레임이라는 주장으로 맞받았다.
이번 공판의 최대 관심사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에 대한 무죄 선고 혹은 감형 여부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일 때 가능하다. 항소심에서 2년 이상 감형되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죄 등 총 다섯 가지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국회 위증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를 일부 유죄로 결론냈다.
1심 재판부는 뇌물죄의 핵심근거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명확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묵시적 청탁’의 인정 여부는 이번 항소심에서도 뇌물죄의 유ㆍ무죄를 가를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국회 위증을 제외하면 모두 뇌물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 공금으로 뇌물을 준 후, 해외(독일)로 도피시켰느냐는 게 이 재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뇌물죄 유ㆍ무죄 여부에 따라 횡령,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은닉 등 다른 혐의의 결과도 줄줄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변호인단은 묵시적인 청탁은 물론,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 승계는 기정사실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이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 1차 공판에서도 "정말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통령의 관여가 필요했다면 명시적으로 청탁하면 그만인데 그토록 어렵게 묵시적으로 청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실제 대통령이 해준 것이라곤 감사하다는 표시뿐이었다. 특검과 1심의 논리대로라면 (승계를 돕기로 한) 대통령이 사기친 것과 같다"고 항변했다.
수차례 바뀐 공소장은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벌이는 법리 공방의 큰 줄기다.
특검은 네 차례 공소장을 변경하며 포괄적 청탁을 위해 삼성이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 측의 213억원 승마지원에 단순뇌물뿐만 아니라 제3자뇌물 혐의까지 예비적으로 더하고, 당초 제3자뇌물로만 기소됐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단순뇌물’ 성격을 추가했다.
돈이 오간 사실만 드러나면 되는 단순 뇌물죄과 달리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 그만큼 입증이 까다롭다. 이를 위해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 카드를 꺼냈다. 두 사람이 청와대 안가에서 만난 자리(2014년 9월 12일)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대통령 경호처의 청와대 안가 출입기록과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한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공소장 변경을 두고 특검의 수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뇌물죄 입증을 위해 무리하게 짜맞추기식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검이 변론 종결을 5일 앞두고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불이익을 초래했다는 시각도 있다.
변호인단은 "백지 공소장을 내고 상황에 맞춰 공소장을 써서 내도 된다는 주장과 같다"며 "특검은 정정당당하게 공소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 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갖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항소심 과정을 통해 묵시적 청탁에 대한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의 잦은 공소장 변경과 함께 수많은 증거조사에서 묵시적 청탁에 대한 공통 인식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 점 등이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 당시 발언대로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할 이유가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아쉬울 게 없는데 청탁을 해야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오는 5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항소심 공판을 진행하는 동안 특검은 1심에서 공소장을 한 차례 바꾼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세 번에 걸쳐 공소 사실을 바꿔가며 공세를 펼쳤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1심에서처럼 ▲뇌물이 아닌 강요에 의한 지원이었고 ▲독대 당시 부정한 청탁이 없었으며 ▲포괄적 경영권 승계는 프레임이라는 주장으로 맞받았다.
이번 공판의 최대 관심사는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에 대한 무죄 선고 혹은 감형 여부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일 때 가능하다. 항소심에서 2년 이상 감형되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죄 등 총 다섯 가지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국회 위증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를 일부 유죄로 결론냈다.
1심 재판부는 뇌물죄의 핵심근거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명확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묵시적 청탁’의 인정 여부는 이번 항소심에서도 뇌물죄의 유ㆍ무죄를 가를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국회 위증을 제외하면 모두 뇌물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 공금으로 뇌물을 준 후, 해외(독일)로 도피시켰느냐는 게 이 재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뇌물죄 유ㆍ무죄 여부에 따라 횡령,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은닉 등 다른 혐의의 결과도 줄줄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변호인단은 묵시적인 청탁은 물론,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 승계는 기정사실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이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 1차 공판에서도 "정말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통령의 관여가 필요했다면 명시적으로 청탁하면 그만인데 그토록 어렵게 묵시적으로 청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실제 대통령이 해준 것이라곤 감사하다는 표시뿐이었다. 특검과 1심의 논리대로라면 (승계를 돕기로 한) 대통령이 사기친 것과 같다"고 항변했다.
수차례 바뀐 공소장은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벌이는 법리 공방의 큰 줄기다.
특검은 네 차례 공소장을 변경하며 포괄적 청탁을 위해 삼성이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 측의 213억원 승마지원에 단순뇌물뿐만 아니라 제3자뇌물 혐의까지 예비적으로 더하고, 당초 제3자뇌물로만 기소됐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단순뇌물’ 성격을 추가했다.
돈이 오간 사실만 드러나면 되는 단순 뇌물죄과 달리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 그만큼 입증이 까다롭다. 이를 위해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 카드를 꺼냈다. 두 사람이 청와대 안가에서 만난 자리(2014년 9월 12일)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대통령 경호처의 청와대 안가 출입기록과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한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공소장 변경을 두고 특검의 수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뇌물죄 입증을 위해 무리하게 짜맞추기식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검이 변론 종결을 5일 앞두고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불이익을 초래했다는 시각도 있다.
변호인단은 "백지 공소장을 내고 상황에 맞춰 공소장을 써서 내도 된다는 주장과 같다"며 "특검은 정정당당하게 공소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 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갖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항소심 과정을 통해 묵시적 청탁에 대한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의 잦은 공소장 변경과 함께 수많은 증거조사에서 묵시적 청탁에 대한 공통 인식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 점 등이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 당시 발언대로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할 이유가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아쉬울 게 없는데 청탁을 해야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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