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가장 큰 딜레마던 ‘낮은 물가’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임금 인상 등의 효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국면으로 넘어간다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 커진 한국은행… 시장선 "5월께 기준금리 올릴 것"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Fed가 다음달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올해 최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면 그 자체로 한은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으로 자산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서너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한은은 한 차례에 그친다면 외국 자본의 국내 이탈 현상은 빠르게 심화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오는 5월 추가 금리인상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IBK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감안했을 때 4~5월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2년 연속 3%를 웃도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멈추지 않는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등을 종합해볼 때 4~5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요인만 본다면 미국과는 아직 상황이 다르다. 유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요인 등을 제외하면 아직 국내 물가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로 2016년 8월(0.5%)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8일 연 1.50%로 금리를 동결한 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9%에 이어 올해는 1.7%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게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올 2분기부터 지난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상승 폭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혹한에 따른 농산물 수급 차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는 지난해 물가 급등 영향이 컸다”며 “경기 회복세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감안하면 올 2분기 이후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2%)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