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7월 이후 27주 연속 올랐다. 사상 최장 상승 기록이다. 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100원을 훌쩍 넘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7월 이후 27주 연속 올랐다. 사상 최장 상승 기록이다. 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100원을 훌쩍 넘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이 27주 연속으로 올랐다. 1997년 국내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21년여 만의 최장기간 상승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던 과거 상승기의 절반 수준인 데다 반도체 수출 증가에 따른 환율 하락(원화 강세) 영향으로 국내 가격 오름폭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기름값 얼마나 올랐나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주(1월28일~2월3일) 전국 1만2000여 개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4.3원 오른 L당 1559.63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넷째주(7월23~29일) 1437.75원 이후 27주 연속 상승한 것이다. 주간 단위로는 2010년 10월 첫째주부터 2011년 4월 첫째주까지 이어진 기존 최장 상승기록(26주)을 7년 만에 넘어섰다.

땅값이 비싼 서울의 휘발유 값은 전국 평균 가격보다 L당 100원 가까이 높은 1651.76원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주유소가 적은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는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웃돌았다. 높은 물류비 탓에 기름값이 비싼 제주(1624.57원)와 수요가 늘고 있는 세종(1572.02원)도 휘발유 값이 높았다.

지난주 경유 평균 가격도 전주보다 5.5원 오른 L당 1354.5원을 기록하며 28주 연속 상승해 2주째 최장기간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6개월째 국내 기름값이 상승하는 것은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공급 증가로 2015년 이후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7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이후 5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작년 12월엔 주요 산유국 리비아의 송유관 폭발사고와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따른 원유 생산·수출 차질까지 빚어지며 배럴당 70달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휘발유값, 역대 최장 27주 연속 상승… 환율 떨어져 '물가 압박'은 덜해
◆과거 상승기와 비교하면

휘발유 값이 최장기간 상승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앞선 상승기(2010년 10월 첫째주~2011년 4월 첫째주)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7년 전과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앞선 상승기의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694.21원에서 1967.98원으로 16.1%(273.77원) 오른 데 비해 이번엔 8.47%(121.88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0~2011년 상승기 때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서 114달러로 치솟은 고유가 시기였던 데 비해 배럴당 50달러에서 70달러로 오른 최근 상승기는 상대적으로 절대가격이 낮았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하락도 국내 기름값 상승폭을 둔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정유회사는 통상 달러로 수입 원유 가격을 치른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060~1080원 수준으로 과거 국내 기름값 상승 기간(1130~1140원)보다 5%가량 낮은 편이다. 또 2010~2011년의 유가 상승기는 리비아 이집트 등의 민주화 운동에 따른 중동지역 정정 불안 등으로 촉발된 측면이 강했다. 수요 확대보다 공급 감소가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조상범 석유협회 홍보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유가 상승은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 투자 수요 증가가 주도하고 있고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 증가 가능성 등도 상존해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