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모니터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모니터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16년부터 호황 국면이 이어지면서 전례없는 슈퍼사이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조사회사와 투자은행(IB)업계를 중심으로 “올해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도 호황은 견조하게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예전에 없던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모바일, PC, 서버 등 기존에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던 수요처도 고성능·고사양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똑같은 수의 반도체를 팔아도 용량을 기준으로 한 메모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 수요 얼마나 늘어나나

[산업 Index] 슈퍼호황 지속… D램 수요 20%·낸드 40% 늘 듯
모바일에 장착되는 D램 수요는 2016년 27억6700만기가바이트(GB)에서 올해 41억7800만GB로 2년간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서버 D램 수요도 26억7500만GB에서 51억500만GB로 90% 급증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도 AI와 클라우드 등에 사용되는 서버용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모바일과 게임용 PC 등을 중심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D램 수요는 작년보다 20%, 낸드플래시 수요는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량은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D램 시장은 여러 차례에 걸친 ‘치킨게임’ 여파로 세계 공급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사 과점체제로 바뀌었다. 이들은 시장 점유율을 추가로 늘리려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현재 시장을 유지하려는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미세공정 혁신이 지속될수록 같은 설비투자를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공급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모바일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1분기에도 4% 상승해 2016년 4분기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 제한으로 가격 상승세 지속

올해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본격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던 낸드플래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경쟁사들이 3차원(3D) 낸드의 본격 생산에 들어갔지만 아직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가격 부담으로 낸드 적용을 늘리지 못하던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까지 늘면서 올해 낸드가격은 탄탄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소 내년 말까지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변수는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다. 칭화유니그룹이 2015년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발표하는 등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동안 낸드플래시 위주의 투자를 D램 등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IB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내년 정점을 찍고 내려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화 가치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원화 강세로 반도체·부품(DS)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6600억원의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