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별로 이행 상황 발표 예정…"대기업집단 노력 거래관행 개선 차원서 바람직"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10개 대기업이 최근 발표한 소유지배구조 개선 자구노력을 사례별로 분석해 발표했다. 공정위는 자구노력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며, 이번 분석을 기반으로 이행 상황을 반기별로 분석·평가해 공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이 담긴 최근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사례를 분석해 5일 발표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직후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작년 6월 23일 4대그룹 전문경영진과 간담회와 11월 2일 5대그룹 2차 간담회에서 각 기업의 선제적 변화 노력과 자발적 개선을 주문했다.
첫 간담회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추진하는 곳은 10개 대기업집단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5대 그룹 중에는 삼성을 제외한 현대차, SK, LG, 롯데 등 4개 집단이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 등 6개 집단도 구조개편안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각 대기업의 구조개편을 ▲ 소유구조 개선 ▲ 내부거래 개선 ▲ 지배구조 개선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소유구조 개선과 관련해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은 올해 안으로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와 효성은 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을 알렸다.
LG, SK, CJ, LS는 기존 지주회사 전환집단으로, 지주회사 구조를 개선했거나 개선할 계획을 밝혔다.
내부거래 개선과 관련해서는 대림과 태광이 사익 편취규제 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했거나 처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에 대해 올해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하고, 기존 거래를 정리할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SK 그룹이 도입한 전자투표제가 꼽혔다.
이는 소수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활성화해 지배주주를 견제할 장치로 공정위는 기대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글로비스, 내년 현대·기아차, 2020년 모비스 등에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차례로 도입하기로 한 것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각 대기업집단의 노력이 소유지배구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 거래 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다만 한화그룹이 작년 8월 총수일가가 보유한 정보기술(IT) 계열사 한화S&C 지분 45%가량을 매각하기로 한 사례는 판단을 유보하고 이번 발표에 넣지 않았다.
사익 편취규제에서 비켜가려는 것인지 구조개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에 모범 사례에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빠져있는 데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이 따로 (자구책을) 내놓은 데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며 "삼성이 (향후 계획에 관해) 따로 설명한 내용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대기업집단과 소통(포지티브 캠페인)을 계속해 기업들이 스스로 개선해나가는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김상조 위원장과 주요 그룹의 3차 간담회는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이라고 밝혔던 3월 주주총회 시즌 후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집단이 변화하는 모습을 반기별로 분석·평가해 공개한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 조사 등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과 함께 총수일가의 전횡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노력이 앞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 다른 대기업집단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며 "본래 취지에 부합되게 차질없이 실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상세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사실상 강제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개별 기업의 소유·지배 문제는 각자가 스스로 내놓은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