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상승세 제동…"역금융장세 우려는 시기상조"
"'양날의 검' 금리, 주식매도 시그널 아직 없어"
미국 금리 급등에 국내 증시도 상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5일 오전 코스피가 이틀 연속 1% 이상씩 하락하며 2,500을 밑돌았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2.54%) 등 3대 지수가 급락했다.

주가 하락은 채권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호전되고 있으나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 오히려 할인율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증시에 압박을 준 것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초 이후 43bp(1bp=0.01%p) 급등해 연 2.8%를 넘어섰다.

지난 2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7.9bp(1bp=0.01%포인트) 급등한 2.85%로 2014년 1월 이후 4년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지난 한 주간에만 19.1bp나 올랐다.

신증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양날의 검'으로 성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가치평가(밸류에이션)의 할인율로도 적용된다"며 "금리가 낮을 때는 고평가가 유지되지만, 금리가 높아지면 고평가가 압박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세 차례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장기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뉴욕증시의 성격을 실적장세에서 역금융장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올해 장기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하면 뉴욕증시에서도 경제성장세보다 금리 상승세가 강해지는 구도가 형성돼 추세 하락 국면인 역금융장세로 반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기업 실적과 관련된 경제성장(g)이 강하고 현재가치를 감소시키는 장기 시장금리(r) 상승세가 온건해 실적장세가 연출됐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세 개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이 병행되면 장기 시장금리의 상승폭이 가팔라져 증시 가능성이 커져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는 그러나 증시는 2∼3월 초까지 박스권을 예상하지만, 금리 상승에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팀장은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현재 2.84%에서 3.00∼3.50% 수준은 돼야 경기 침체를 우려할 단계"라며 "현 수준에선 역금융장세가 왔다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중호 연구원은 "아직 장·단기금리 차 역전 등 주식을 팔아야 할 경고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경기 수준이 호전된 만큼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경기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매수세를 강화해 미 국채 금리가 완만한 하락을 보일 수 있고 공장이 가동하는 한 주식 고평가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6년 말∼작년 초와 같은 흐름이 연출될 수 있는데, 당시 가파른 금리 상승이 증시조정을 촉발했으나 5%의 조정 후 재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증시는 2∼3월까지 박스권을 예상하나 코스피 역시 삼성전자의 주도력 하락과 원/달러 상방 압력으로 상단 돌파는 단기간에 어렵지만, 이번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조정으로 2,500을 밑돈다면 매수 기회"라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의 급락을 추세 반전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과 채권 금리 상승의 기저에 경기회복이 자리 잡고 있고 미국의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전망도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가팔랐던 금리의 상승세는 점차 완화할 것"이라며 "채권 금리 변동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시차를 두고 글로벌 증시는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