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진단키트 등을 생산하는 비상장사 젠바디가 장외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주력 제품 수출 호조에 힘입어 이익이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몸값’(예상 기업가치)이 1조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장외주 탐방] '몸값 1조' 젠바디… "상반기 코스닥 상장"
◆수출시장 다변화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젠바디는 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과 오는 3~4월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부감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회사 측에 ‘올 상반기 중 상장을 마치는 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산정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젠바디는 고위험 전염병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회사다. 2015년 9월 지카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11월 브라질 국영 제약사인 바이아파르마와 3000만달러(약 326억원) 규모의 지카 바이러스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5700만달러 규모의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젠바디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 검진 시간을 기존 키트의 6분의 1로 단축시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올해도 바이아파르마와 1억달러 규모의 추가 제품 공급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년 5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젠바디 영업이익은 잇따른 수출 계약에 힘입어 2016년 41억원, 지난해 300억원(회사 추정치)으로 늘어났다.

젠바디는 말라리아·메르스 진단키트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동시에 수출 시장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 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해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수호가 22만원까지 뛰어

증권업계에서는 젠바디의 기업가치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주관사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해 2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 유치) 형태로 젠바디 주식에 각각 30억원과 5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두 증권사가 산정한 젠바디 기업가치는 15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약 1년 만에 몸값이 7배 가까이 뛴 셈이다. 젠바디가 업계 추정치를 그대로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하면 웹젠(시가총액 9763억원·순위 37위), 콜마비앤에이치(9749억원·38위), 톱텍(9633억원·39위) 등을 누르고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30위권에 오르게 된다.

2016년에는 아주아이비투자(투자금 20억원)와 비엔에이치인베스트먼트(15억원), 기술보증기금(15억원)이 젠바디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주당 2만5000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들 기관이 산정한 젠바디 기업가치는 250억원에 불과했다.

젠바디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설 장외주 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 회사 주식을 매수하려는 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5일 사설 장외주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서 젠바디 주식의 매수 호가는 22만원까지 뛰었다. 지난달 17일 최고 매수 호가가 12만5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3주 새 80% 가까이 급등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는 “젠바디 주식은 블루홀 등 대형 장외주와 달리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되지 않은 비(非)통일 주권이어서 주식 거래 때 명의 개서(변경) 등의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