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강력 반발했다. 특검팀은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특검팀은 5일 ‘이 부회장 등 항소심 선고 관련 특검 입장’ 자료를 내고 항소심 선고 결과를 반박했다. 특검팀은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성공에 이를 경우 삼성전자 등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모순되는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전부 무죄로 본 것에 대해서는 “재산을 국외로 도피할 의사가 아니라 뇌물을 줄 뜻에서 해외로 보냈다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또 “코어스포츠와의 허위 용역계약 체결이라는 불법적이고 은밀한 방법을 통해 삼성전자 자금을 독일로 빼돌린 것이 명백함에도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이른바 ‘0차 독대’에 대해서도 “여러 물증이 존재함에도 안종범 전 수석 보좌관이 작성한 일지의 신빙성 문제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양형과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대가로 경영권 승계에 있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었음에도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항소심 판단은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항소심 판결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실체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것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판결한 항소심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신연수/배정철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