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되돌리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지난달 밝힌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며칠만 지나면 바뀌는 정책 시그널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의원은 “아파트 내장재 배관 등은 30년 주기로 교체하도록 돼 있는데 연한을 40년으로 늘릴 경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질의했다.

김 장관은 “하지도 않은 말이 한 것처럼 발전됐다”며 부인했다. 김 장관은 “처음에 얘기할 때 30(년) 또는 40(년)이란 단어는 얘기한 적도 없는데 해설기사가 나오면서 이제는 40년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말 밝힌 ‘재건축 연한 확대 등 신중 검토’ 방침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말장난’ ‘장관이 할 소리냐’ 등 비난이 빗발쳤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장관의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18일 “안전에 문제가 없음에도 재건축을 추진하는 건 사회적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며 “재건축 구조 안전성과 내구연한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식 석상에서 현행 재건축 허용 연한(30년)이 바뀔 수 있다는 시그널을 전한 뒤 한 달 가까이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다가 발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김 장관은 “기사가 굴러가는 것을 보면서 저도 의아하고 당혹스러웠다”며 “재건축 연한은 구조안전, 주거환경 개선이나 본래 목적에 비춰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재건축 연한 40년(환원)은 사실이 아니냐”고 다시 질의하자 김 장관은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게(40년) 아니라고 하면 또 그 파장도 있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대해 “부동산시장이 계속 끓어오를 때는 훨씬 더 많은 액수가 부과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서울 강남은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수요가 몰렸고, 집을 사고도 거주하지 않는 갭투자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위 전체회의엔 3주택자가 1주택 이상 임대 시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토부는 이에 “임대료 증액 및 매각 제한 등 임대사업자 의무를 고려할 때 일시에 등록을 의무화하는 경우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