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대주주에 대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접었다. ‘셀 코리아’를 경고하고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결과다. ▶본지 1월22일자 A1, 12면 참조

기획재정부는 6일 세법 시행령 개정 수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달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수정안에는 애초 개정안에 담겼던 ‘상장주식 매각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외국인 대주주 범위 확대’가 제외됐다.

기재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개정안에는 오는 7월부터 외국인 대주주 범위를 ‘지분 25% 이상 보유’에서 ‘5% 이상 보유’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 투자자가 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최근 5년간 한 번이라도 5% 이상 해당 종목을 보유했다면 매각금액의 11% 또는 매각차익의 22%(지방세 포함) 중 낮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내용이었다.

개정안이 알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국내 증권사들도 외국인 이탈로 인한 증시 침체 우려와 원천징수제도에 따른 부담 등을 이유로 개정에 반대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29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할 필요성에 따라 원천징수제도 등을 개선·보완하면서 올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방침이 알려진 이후 세계 양대 지수 산출업체인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각각 성명을 내고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를 경고했다. MSCI는 MSCI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했고, FTSE는 투자자들이 ‘한국을 제외한(Ex-Korea)’ 지수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 투자업계를 대변하는 13개 기관도 반대 의견을 담은 서한을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아시아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등이다. 이들 협회에 소속된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자금은 38조달러(약 4경1500조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당초 과세 강화에 대한 파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 투자하는 주요 외국인들은 이중과세방지를 위한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들에 속해 있어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세조약을 맺은 93개국 가운데 한국 투자가 많은 홍콩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호주 등 11개국은 양도소득세에 대한 이중과세방지 협약에서 빠져 있는 데다 93개국 외에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를 통해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대주주 양도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 의무를 진 증권사들도 정부 설득에 발벗고 나섰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지분율, 평균 취득가액 등 원천징수를 위한 핵심 정보를 파악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세 강화 유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시행을 유예했을 뿐 철회한 것은 아니어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세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가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유창재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