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문. / 사진=한경 DB
서울대 정문. / 사진=한경 DB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영역 4등급을 받고도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의 4등급은 원점수 100점 만점 기준 60~69점 구간에 해당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7일 전날까지 발표된 2018학년도 정시 대학별 최초합격자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어 4등급을 받았으나 수학에서 만점을 받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한 수험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해당 수험생이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 합격 사실을 알렸다. 수능 채점 결과와 성적 표본, 서울대의 정시 합격 및 불합격 표본 자료 등을 종합해본 결과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개인정보 문제로 학교가 공식 확인해주지는 않지만 서울대 정시 선발방식을 뜯어보면 충분히 가능한 사례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영어 등급간 점수차를 최소화했다. 1등급은 만점, 이하 등급은 0.5점씩 감점된다. 4등급의 경우 1.5점 감점에 그친다. 연세대가 4등급을 25점 감점하는 것과 대비된다.

서울대가 정시에서 반영하는 변환표준점수(만점 기준)는 수학 120점, 국어 100점, 탐구 80점이다. 수학에 가중치를 뒀다. 영어 4등급을 받더라도 국어·수학·탐구, 특히 수학 성적이 좋다면 합격권에 들 수 있다는 얘기다.
<표>2018학년도 정시 SKY 최초합격자 수능영어 등급분포(추정) / 출처=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표>2018학년도 정시 SKY 최초합격자 수능영어 등급분포(추정) / 출처=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지난해까지는 수능 영어 4등급을 받은 수험생의 서울대 정시 합격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학들이 절대평가 도입에 대응해 이번 입시부터 영어 반영점수 등급간 격차를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입시전문가들은 “영어 60점대 성적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게 사실이라면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고교에서 영어 수업은 줄이고 국어·수학·탐구 등 대입 당락을 좌우할 주요과목 수업을 늘리는 식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수능 영어 1등급을 못 받았으나 정시에서 서울대에 최초합격(2등급 이하)한 수험생 비율을 39%로 추산했다. 영어 1~2등급 격차가 1점인 고려대도 2등급 이하 최초합격 비율이 3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1~2등급 격차를 5점으로 상당히 벌려놓은 연세대의 경우 영어 2등급 이하 수험생 최초합격 비율은 2% 수준으로 예측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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