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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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외교'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날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7일 오전 쥴리 파이에트 캐나다 총독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오후에는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대좌한다.

문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정상 또는 정상급 인사 14명과의 연쇄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디지털 분야 협력 등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에스토니아와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먼저 북핵 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고위대표단을 파견함으로써 올림픽 계기에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총독과의 회담에서도 "캐나다는 한국전 3대 파병국이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든든한 우방국"이라며 "최근 개최된 밴쿠버 회의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과 함께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균형적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있을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속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대북 제재·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도 병행돼야 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대화 무드가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져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함을 외국 정상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가별로 '맞춤형' 실질적 협력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날 에스토니아와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전자정부·사이버 안보·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인구 120만 명의 소국이지만, 세계 최초로 전자거주증제도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럽 내에서 디지털 분야를 선도하는 혁신국가로 통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와 유럽의 혁신국가인 에스토니아 간에 IT(정보기술)·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또 캐나다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새러 머리 감독 등 한국 국가대표팀 주요 종목 감독이 캐나다 출신임을 언급하면서, 양국 간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하고 더 나가 통상·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실질협력을 심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상대국에 맞춤형 협력을 제안하는 전략은 앞으로 이어질 정상회담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평창올림픽 미국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 한다. 같은 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접견한다.

이날은 펜스 부통령과 한 상무위원 이외에도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대표를 같은 날 만날 뿐만 아니라 유럽 3개국 정상과의 회담이 숨 가쁘게 이어지는 '슈퍼 목요일'인 셈이다.

개막식 당일인 9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잡혀 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오찬회담,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고위대표단이 9∼11일 방남한다. 이날 평창올림픽에서 상견례를 나눌 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별도의 면담 계획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13일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 15일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아울러 미국 언론들은 25일 열리는 폐막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이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폐막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평창올림픽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평화 외교전의 긴장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