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305개를 섞어 만든 ‘KRX300지수’가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가운데 증권업계가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8일 처음으로 인덱스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다음달 23일엔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식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군인공제회를 비롯한 공제회와 연기금들도 KRX300 ETF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막 오른 'KRX300 전쟁'… 지수추종 상품 '봇물'
◆ETF·인덱스펀드 출시 이어져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10여 개 운용사가 9일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장 예비심사 서류를 제출한다. ETF는 다음달 23일 동시 상장된다. KRX300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는 ETF가 먼저 나온다. 레버리지(지수 움직임의 두 배를 추종)와 인버스(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 ETF 상장은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운용사들은 상장 예비심사 서류에서 KRX300 ETF의 설정액을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 ETF의 중간 정도로 예상했다. 1위 ETF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ETF의 설정액은 각각 1조9280억원, 6463억원 수준이다.

인덱스펀드 판매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날 ‘스마트 KRX300 인덱스’ 펀드를 선보였다. 인덱스펀드와 ETF는 모두 지수 연동 상품이지만 인덱스펀드는 판매사를 통해 가입이 가능하고, ETF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직접 매매할 수 있다.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인덱스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파생상품인 ‘KRX300 선물’도 다음달 26일 상장될 예정이다.

◆연기금·공제회도 투자 채비

증시에서 ‘큰손’ 역할을 하는 연기금과 공제회들도 KRX300 투자 채비에 나서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상반기 직접 운용하는 자금의 일부를 관련 KRX300 ETF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은 제약·바이오 업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며 “KRX300은 이 업종 비중이 8% 안팎으로 낮아 투자 대상 다변화 차원에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도 KRX300 ETF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는 또 대신 굴려달라고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위탁운용 유형에 KRX300지수를 넣을지도 논의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위탁운용 유형에 KRX 벤치마크 지수를 적용하는 연기금에 기금운용평가상 가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직원 성과급 등과 연계돼 있는 기금운용평가를 잘 받기 위해 연기금들이 벤치마크 적용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제회는 기금운용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다수의 연기금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 KRX300 ETF와 인덱스펀드 설정액은 3000억원 이상 될 것”이라며 “연기금이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하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부터 기관의 투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