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는 러시아어 전공자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통역 봉사에 참여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분위기를 즐기던 민씨에게 두 남자가 다가와 대뜸 ‘너는 누구니?’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한창 분위기에 취해 신이 나 있던 그는 러시아어로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당차게 외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한국의 초코과자, 도시락, 김치 등에 대해 물었고 민씨는 서툴지만 열심히 러시아어로 답했다.
알고 보니 그에게 길거리 인터뷰를 한 사람은 러시아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마약(Mayak)의 MC 세르게이 스틸라빈이었다. 민씨의 인터뷰는 그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고 반응이 엄청났다. 댓글로 ‘이 여자를 다시 찾아서 인터뷰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민씨는 이미 귀국했다. “2년 후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고려인 친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게 됐어요. 방송을 본 분들이 저를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러시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받았고, 출연도 했죠. 이후 친구의 유튜브 채널에 ‘경하, 한국여자’라는 제 코너가 생겼고, 나중에는 구독자분들이 ‘따로 채널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개인 채널까지 만들게 된 거죠.”
민씨는 이제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한국어 학교’ ‘경하 상점’ 등 비즈니스에도 도전 중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러시아인을 위해 온라인 언어 강습을 하고, 러시아인들이 관심 많은 한국 상품도 판매한다.
박해나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phn0905@hankyung.com